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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덕 ‘장사상륙작전의 영웅’ 문산호 선원, 뒤늦은 서훈식
-해군 27일 문산호 선원 10명에 훈장 수여
-인천상륙작전 당시 ‘성동격서’ 작전에 투입
-전투대원 아니라 동원인력이라며 서훈 누락
-해군총장 “군번 없이 참전해 장렬히 전사” 재평가 

1950년 9월 15일 장사상륙작전 도중 좌초한 문산호 [사진=美해군]
해군이 문산호 선원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설립한 ‘문산호 전사자 기념비’ [사진=해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6.25전쟁의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실시된 ‘영덕 장사상륙작전’의 영웅들에게 뒤늦게나마 훈장이 수여된다.

장사상륙작전은 적에게 동해안을 타격하는 것처럼 보인 후 서해안에 화력을 집중한 작전으로, 이른바 ‘성동격서’ 전략의 전형이었다. 이 작전은 결과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으나,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과 선원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해군은 6.25전쟁 당시 경북 영덕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문산호(LST) 선원 10명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한다고 27일 밝혔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27일 열리는 서훈식에는 전사 문산호 선원 유가족 30여명과 선원들의 공적을 발굴한 최영섭 해양소년단연맹 고문 등이 참석한다.

행사는 개식사, 전사자에 대한 묵념, 문산호 선원 공적 낭독, 훈장 수여, 열병, 폐식사 순으로 진행된다.

문산호는 1950년 당시 교통부 대한해운공사 소속 선박이었으나, 6.25전쟁 발발과 동시에 해군에 배속되어 해군 작전에 참여했다.

1950년 6월 26일 묵호경비부 대원을 묵호에서 포항으로, 7월 27일에는 육군 병력과 차량을 여수에서 진해로 각각 수송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해 9월 14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북한군 병력을 분산시키고자 감행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다.

육군 제1유격대 대원을 태우고 9월 15일 해안으로 상륙 돌격하는 도중 풍랑으로 인해 해안에 좌초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그 와중에도 문산호는 결국 상륙을 감행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문산호 선장과 선원 등 11명을 비롯해 장병 130여명이 전사했다. 투입된 장병들에게는 훗날 훈장이 수여됐지만, 문산호 선원은 6.25전쟁에 동원된 인력이라는 사유로 서훈이 누락됐다. 시간이 흘러 문산호 선원들에 대해서도 서훈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관련 기록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이에 해군은 당시 작전에 참전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문헌을 찾아냈다. 특히 여수 철수 작전 당시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문산호와 함께 작전을 펼쳤던 최영섭 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이 자료 수집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이런 노력으로 해군은 2016년 해군 문서고에서 전사 기록 속에 묻혀있던 문산호 선원의 명단과 전사 기록을 찾아냈다.

그해 9월 12일에는 부산 영도구에 있는 순직 선원위령탑 경내에 ‘문산호 전사자기념비’를 세웠다.

2017년부터는 기록을 바탕으로 문산호 전사자 선원 서훈을 국방부에 추천했으며, 심의 결과 작년에 황재중 선장이 충무무공훈장을 받았고, 올해 선원 10명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됐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화랑무공훈장 수여가 결정된 문산호 선원은 이찬석, 이수용, 권수헌, 부동숙, 박시열, 윤은현, 안수용, 이영룡, 한시택, 김일수(이상 해군기록순) 등이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기리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며 “특히 6.25전쟁 당시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번도 없이 참전하여 장렬하게 전사한 문산호 선원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우리 안보를 튼튼히 세우는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수용 선원의 아들 이용규(69)씨는 “지난 69년 동안 아버님 유해는 찾지 못하더라도 명예만큼은 꼭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해왔다”며 “해군에서 문산호 선원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성채 해군역사기록관리단 군사편찬과장(박사)은 “문산호 선원들은 인천상륙작전 명성에 가려져 국민들에게 잊혀, 전사자 이름조차 몰라 현양도 못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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