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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한반도 훈풍 기류에 찬물…대미ㆍ대남 작심비난
-北, 폼페이오에 대한 강한 거부감 표출
-文대통령 겨냥 ‘현 집권자’ 이례적 비난
-“왜나라 천년숙적에게 굴종…친일매국”


북한은 26일 북미 정상 차원의 친서교환과 북중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놓였던 한반도정세에 긍정적 변화 기류가 조성된 가운데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선전매체를 통해 각각 대미ㆍ대남비난 공세를 쏟아냈다. 향후 북미ㆍ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어렵사리 마련되는 듯했던 한반도정세 훈풍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26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론해가며 한반도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개선 노력을 문제 삼으며 친일굴종행위라고 비난했다.

▶“북미관계 개선ㆍ한반도 비핵화 기대 어려워”=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존 대북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는 행정명령 조치와 미 국무부의 ‘2019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와 ‘2018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언급하며 미국의 대북적대행위 노골화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담화는 특히 폼페이오 장관을 향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출했다. 담화는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중동방문 전 대이란 추가제재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 ‘궤변’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의 목표가 대북제재효과를 100%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이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북미공동성명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대북적대행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또 사실상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해 “조미수뇌(북미정상) 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대조선(대북)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하노이 결렬 책임자로 지목했으며, 4월에는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북미 간 의사소통에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란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 및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조미정상 애쓴다’ 톱다운 여지 남겨=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과녁을 폼페이오 장관으로 한정하고 ‘북미정상들이 애쓴다’는 식의 표현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톱다운’ 소통의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북미 정상 차원의 친서교환과 북중정상회담에 이은 한중ㆍ미중ㆍ한미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흐름과도 결이 다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쉽게 보면 미국의 조치에 대해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고, 한발 더 나가면 미국에게 대화하려면 뭐라도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라며 “가만히 있지 않고 할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이에 앞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계기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대해서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하노이 전 실무회담을 안한 것도 아니고 미국이 하노이에서 그간 실무회담 노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싱가포르 합의마저 무의미하게 만든 상황”이라면서 “제재는 그대로고 인권, 종교문제까지 들고 나오는데 아무 내용 없이 대화하자고해서 북한이 순순히 나가는 게 더 이상하고 비정상”이라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南, 美 강박 떠밀려 日에 낯뜨거운 추파”=이와 함께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난공세를 쏟아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민족의 자존심을 줴버린(함부로 내버린) 비굴한 친일굴종행위’라는 제목의 개인명의 글에서 “최근 남조선 당국이 ‘한일관계 회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박에 떠밀려 민족의 천년숙적 일본반동들에게 낯뜨거운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나라 것들에게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지는 못할망정 ‘관계개선’을 떠드는 것은 천년숙적에게 굴종하는 쓸개빠진 친일매국행위로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민족의 지향에 역행해 일본반동들과 타협하는 길로 계속 나간다면 민심의 무서운 항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현 집권자’로 표현해가며 “파렴치한 섬나라 족속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구차하게 놀아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저강도이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한 것이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톱다운’ 소통의 길을 열기는 했지만 향후 북미ㆍ남북대화가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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