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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림동 원룸사건’ 강간미수 혐의 적용…법조계도 ‘갸우뚱’
검찰 “가해자 전력, 강간시도 근거”
“유죄 가능성 낮다” 관측 많아

귀가하는 여성을 몰래 뒤따라가 원룸 침입을 시도했던 ‘신림동 원룸사건’의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간미수 사례라고 결론냈지만 법조계에서는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은정)는 25일 원룸침입을 시도한 30대 남성 조모(30)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조 씨의 재발위험성을 참작해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조 씨에게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범행에 착수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데, 검찰은 조 씨가 문을 열기 위해 각종 방법을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극도의 공포로 몬 행위가 폭행 내지 협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폭력 사건 경험이 많은 이은의 변호사는 “문을 열려고 했다는 ‘시도’ 자체를 강간 실행의 ‘착수‘로 보기는 어렵다”며 “주거침입 강간미수가 되려면 주거침입을 하고 강간이 미수에 그쳐야 하는데, 피고인이 주거침입을 해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어떻게 입증하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주거침입을 강간죄 실행의 착수로 본 1991년 판례를 근거로 혐의를 구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거침입이 인정되고, 조 씨의 전력과 행동을 고려했을 때 강간실행의 착수는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술취한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특정해 은밀히 따라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 조 씨의 행동은 계획적 범행이 아닐 수 없다”며 “정황증거와 전력 등을 고려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2012년에도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모자를 꺼내쓴 다음 뒤따라가 강제로 추행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씨의 행위를 성폭행 예비 음모로 볼 소지는 충분한데, 처벌규정이 없다”며 “입법을 통해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가하는 게 보다 큰 범죄 예방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 씨는 지난 5월 28일 새벽 6시 2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원룸 침입을 시도했다.

조 씨의 범행은 같은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림동 강간범 영상을 공개합니다’는 제목으로 피해 여성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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