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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법으로 수정된 교과서 내용은 원본 대로 복원해야
검찰수사를 통해 25일 알려진 초등 교과서 임의 수정 사건은 공소장에 나타난 사실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만큼 황당하다. 일개 과장급 공무원이, 저술자의 동의없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200여곳 이상 고쳐서 초등학교에 배포토록 주도했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일들이 몇달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건의 출발은 정권의 입맛에 맞춘 교과서 수정에 나선 교육부였다. 하지만 교과서 편찬ㆍ집필 책임자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고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것도 그 교수가 “내가 고치지도 않았고 동의하지도 않았다”며 계속 반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반대하는 교수를 빼고 참여연대 관계자 등을 동원한 비공식 기구를 만들어 200여곳 이상을 수정해 출판사에 전달했다. 수정을 거부한 교수들까지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조작하고 출판사가 가지고 있던 집필자들의 도장까지 몰래 찍도록 만들었다. 역사인식과 해석의 차이로 벌어진 교과서 수정 논란과는 전혀 무관해보이는 직권남용과 사문서 위조라는 죄명이 붙여진 이유다.

그렇게해서 바뀌어진 내용에는 현 정권이 주장하는 바가 그대로 반영됐다.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둔갑했고 박정희 ‘유신 체제’는 ‘유신 독재’로 고쳐졌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 ‘북한 세습 체제’ ‘북한 주민 인권’ 등의 표현도 사라졌다.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과 새마을운동 관련 사진도 빼버렸다. 대신 촛불 시위사진이 실렸다. 초등 교과서임에도 일본군 위안부 서술까지 보강됐다.

국정 교과서를 교육 적폐로 규정한게 현 정부다. 적폐는 적법한 절차로 도려내야 청산된다. 불법은 또 다른 적폐를 만들 뿐이다. 교과서 발행에는 엄연히 정해진 절차가 있다. 옳고 그름을 차지하고 꼼수와 불법을 동원해 수정한 내용은 절차상 정당성이 없다. 나중에 현 정권이 원하는대로 다시 고칠지언정 당장은 원본대로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검찰은 교육부 담당 과장, 연구장학사 그리고 출판사 관계자 등 3명만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도저히 과장급 공무원이 혼자 알아서 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보는게 상식적이다. 윗선 개입 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검찰도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차피 사건은 다시 검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두 눈 크게 뜬 누군가가 배후에대한 의혹을 빌미로 고소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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