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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반주로 맥주 한 캔’…알코홀릭‘ 옐로카드 ’
음주 욕구 통제 안된다면 ‘알코올의존증’…
술 끊으면 식은땀·손떨림 금단현상땐 ‘치료센터’ 찾아야



# 아직 미혼인 직장인 최모(42)씨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맥주 한 캔씩을 먹는다. 집에서 혼술을 한지 벌써 반 년이 넘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먹으니 돈도 덜 들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 일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최씨는 냉장고에 다른 건 몰라도 맥주는 항상 채워 넣는다. 그렇게 반 년을 지내고 나니 이제는 한 잔 하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게 됐다.

혼술을 즐기는 ‘혼술족’이 늘고 있다. 혼술은 혼자서 온전히 술을 음미한다는 장점이 있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자칫 매일 마시는 습관이 될 경우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적은 양이라도 매일 마시거나 혼자 마시는 음주 습관은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향을 높이게 된다.

▶술 많이 마시면 흥분상태 돼 평소와 다른 행동=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코올은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을 뜻한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약물이라 할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기호성 음료인 술로 사용되고 있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하며 뇌 신경계 중에서도 통합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부터 억제가 나타난다. 술을 마시게 되면 뇌의 정신과 행동의 억압을 담당하는 기능이 떨어져 다소 흥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에 평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며 혈중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흥분감, 도취감과 함께 말이 많아지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적·운동능력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 혈중 농도에 비례하며 주위 환경이나 자극과 상관없이 울거나 웃는 정서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알코올은 비특이적인 중추신경억제제이기 때문에 많이 복용하면 전신마취제나 수면제처럼 깊은 마취상태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고 호흡이 힘들어져 이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다.

▶음주 양 줄이지 못하고 술 생각 많다면 ‘알코올의존증’=이렇게 음주가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술을 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알코올의존증’ 때문이다. 알코올의존증이란 음주를 반복한 결과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음주량이 늘고 갈망으로 인해 음주 욕구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건강을 해칠뿐만 아니라 사회적 적응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한 달에 25일 이상 음주한다는 답변이 75%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11~15일이 13%, 16~20일 6%, 5~10일이 5%로 나타났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술을 거의 매일 마시는 행동이 습관이 된 셈이다.

이수정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장은 “의도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거나 음주 양을 줄이거나 음주를 중단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면 알코올의존증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 음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음주 후유증 때문에 고생했거나 술을 마시고 싶은 갈망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알코올의존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알코올은 우리 두뇌를 길들여 한 잔 마시면 다음 잔을 부르고, 조금 마시면 더 많이 마시도록 만든다”며 “알코올이 ‘대뇌 보상회로’라고 부르는 쾌락중추를 직접 자극하여 음주 행동이 학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지만으로 술 끊기 어려워…문제 있다 판단되면 전문가 도움 받아야=다만 술을 마신다고 해서 모두 알코올의존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셔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로 인해 신체적 의존이 생겼을 때다. 즉 내성과 금단증상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내성이란 일정한 음주량으로 만족도를 느끼지 못해 계속해서 양을 늘리게 되는 현상이다. 금단증상은 음주를 줄이거나 끊으면 식은땀, 두근거림, 손떨림, 불안 등과 같은 신체ㆍ정신적으로 나타나는 불편함이다.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의존성을 줄이거나 극복하고 단주 동기를 높이는데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코올은 습관성이 강하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단주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알코올의존에서 일어나는 알코올에 대한 갈망과 습관성을 줄이기 위해 음주억제제 등 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질환이 공존할 때는 정신질환부터 치료해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또한 단주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 가족과 사회의 협력, 단주 유지를 위한 자조 활동이 모두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알코올의존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환자 특징에 따라 적합한 치료를 실시할 수 있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며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혼자 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알코올의존증을 키우기보다 우선 치료센터를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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