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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안가본 사람 손 들어”…‘공개망신’에 학부모 ‘부글’
학교 과도한 신상정보 수집 여전
전문가 “아이들 자존감 영향줘


경기도 일산에 사는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A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당한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수업시간에 “해외여행 안 가본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고 손을 든 아이는 반 전체 23명 가운데 A씨의 아들을 포함해 3명 뿐이었다는 얘기였다. A씨는 “아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애들은 다 갔는데…’ 하면서 말을 흐려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그 후 부랴부랴 아들을 해외여행에 보냈다.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신상정보를 수집하지 않도록 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가정형편 등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권’이 강조되면서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여겨져 더이상 유사 조사는 실시치 않는 것이 통상이다. 오래 전에는 학기 초에 작성하는 가정환경조사서에 학부모 생활수준과 월수입, 재산, 직업, 직장(직위), 종교, 학력을 기재하기도 했었다. 가전제품이 귀하던 시절에는 집에 있는 가전제품과 피아노 등 값비싼 가구들 유무까지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보수집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위화감을 조상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교육당국은 2012년부터 과도한 신상정보 수집을 막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처럼 교육당국은 부모의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항목만 묻도록 권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공식적’인 것일 뿐 일선 학교 수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상정보 수집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최모(37) 씨는 “종이에 써서 내는 것만 달라지면 뭐하나. 교사들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아들은 같은 반 애들이 해외 어디 갔다 왔는지도 다 알 정도로 예민하다. 교사들이 대놓고 그런 걸 물어보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정보수집은 위화감을 조성해 아이들의 자존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고혜정 위덕대학교 특수교육학부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매스컴에서 흙수저, 금수저 같은 용어를 접하면서 ‘격차’에 대한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면서 “교사가 좋은 의도로 물어본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거기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아이의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아닌 부모 상담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한다”면서 “교사에 대한 윤리교육이나 개인정보 접근방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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