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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과는 부담스러워”…저가·SNS 고민상담소 찾는 사람들
15분에 5000원…친구와 수다떨듯
“경쟁사회가 상담문화 만들어”


“저 직장생활에 고민이 있어서 왔어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안녕히 고민상담소’에 방문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민을 들어주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상담가는 이것저것 신상을 캐묻지 않았다. 그저 어떤 고민이 있으시냐고 물을 뿐이었다. 그가 입을 뗀 건 상담 의뢰자의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였다. “저도 직장생활을 했는데 굉장히 안 맞았어요. 그래도 1년만 버텨보자고 했어요. 그게 2년이 되고 3년이 됐죠. 한 달이면 본인을 평가하기에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에요.” 조언 자체도 의미 있었지만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듯했다. “속이 좀 시원해졌다”고 하자 그는 “그게 이 공간을 만든 목적”이라고 웃었다.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정신과 병원 대신 고민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일상적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인 ‘울분’을 겪는 사람들이다. 각종 고민들로 가슴이 답답하지만 정신과에 가기에는 심리적으로나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운 이들은 카페 같은 공간에서 낯선 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위로를 받는다.

‘안녕히 고민상담소’의 이재현 대표가 상담소 운영을 시작한 지는 약 6개월. 고민을 들어주는 가격은 빠른 고민 해결은 15분 5000원, 긴 얘기를 들어주는 1시간 상담 코스는 2만5000원이다. 일반 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의 4분의 1 가격이다. 그는 “일반 정신과나 상담센터는 회당 대략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해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에게는 부담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한 고민상담소에도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곳에는 이용자들이 고민을 적어 가게 안 유리병에 넣으면 이를 SNS상에 공개하고 댓글로 소통한다. ‘축의금으로 몇 백 날렸는데 회수 못할 것 같아 걱정인 분들’,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걸까 걱정인 사람들’ 등 다양한 걱정 테마를 잡고, ‘번개(갑작스러운 만남)’를 진행하기도 한다.

운영자는 “다 비슷비슷한 걱정을 하는데 ‘그 걱정을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며 “이들의 걱정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라는 것을 가게를 운영하며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고민상담소의 인기에 대해 경쟁적인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요즘은 사내 동료들도 경쟁자다. 예전 같으면 소주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는데 이재는 경쟁시대이기 때문에 그러기 어렵다”며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이런 문화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정세희 기자ㆍ박자연 인턴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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