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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회의야?” 구태 가고, “와~ 회의래!” 수평토론시대 올까
브레인스토밍, 끝장토론, 회바회바 등
기업계 회의 문화 개선책 새로운 시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IT붐이 일던 2000년 무렵, 국내 산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편안한 외국명 애칭 부르기가 잠시 유행한 적이 있다.

세계화 바람에 부응하고, 위계와 권위가 주는 불합리를 없애 보자는 취지였지만, “요즘 애들 겉멋만 들었다”, “한글을 홀대한다”는 비난속에 금세 사그러들었다.

현재 방영중인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회사풍경도 팀원들이 서로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애칭을 부른다. 주인공 배타미 팀장에게 부하직원들은 한글이름 그대로 ‘타미!’라고 부른다. 애칭을 부르며 상하 위계문화가 초래하는 소통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극대화해 합리적인 대안들을 찾아가기 위함이다.

몇 주 전 방영된 SBS 다큐멘터리 “왜 반말 하세요?”에서는 제자들과 서로 반말로 소통하는 이윤승 교사의 에디소드가 전해졌다. ‘사제간 저래도 되나?’ 싶지만 이 교사는 자신이 먼저 제안했고, 아이들과의 소통이 편해졌다는 뜻을 안방시청자에게 전했다.

“또 회의야?”라며 지겨워하는 풍경을 없애고, 보이지 않는 소통의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한 노력은 공공부문 보다는 민간부문이 앞장섰다.

20여년전부터 회의실 내에서 만큼은 브레인스토밍, 마라톤회의, 끝장 토론하자는 취지는 산업계가 대체로 공감하고, 이를 실행하려고 노력한 기업도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직급과 연공 서열로 인한 ‘싸~한 분위기’는 회의의 품질을 저하시키곤 했다. 팽팽히 주장이 맞서면, 고참이 제안한 것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고, 좋은 의견이라도 졸병이 제안한 것은 ‘부장님 딸랑딸랑 표심’에 밀려 사장되기도 했던 것이다.

“와~ 재밌겠다. 회의래”라는 말이 나온다면 참으로 이상적인 조직이다. 숱한 기업들이 회의문화 개선을 위해 경영컨설팅까지 받는 가운데, 동아쏘시오그룹은 19일 참여형 기업문화 프로젝트 ‘회바회바’를 내놨다. ‘회의문화가 바뀌면 회사가 바뀝니다’의 줄임말이다.

룰을 만들었는데 ‘텐텐’이다. 텐텐회의룰은 ▷준비 규칙 4가지, ▷경청과 존중-건강한 비판이 필요한 진행 규칙 4가지, ▷최적의 결론과 합리적 실행을 위한 결론 규칙 2가지 등 10가지 규칙이다.

이 룰이 지켜지는지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었다. 스탠다드 회의록은 효율적인 회의 진행과 회의 후 결론 공유 및 실행을 위해 회의 기본 정보, 목표와 안건, 내용, 결과, 후속조치 등을 적는다. 결론내 시계는 회의 참여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설정한 회의시간 안에 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타이머이다.

‘회의문화 개선’은 21세기형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라, 경영컨설팅의 한 범주가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동아쏘시오그룹의 이번 혁신책도 결국의 상사들의 자세에 달려 있다.

룰을 지키는 것 만큼, 회의실에서 편하게 팀원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를테면 동식 대리가, 타미 팀장한테 “의견을 말해보라”, “이유를 솔직히 말하라”, “근거를 대봐라”라고 시킬 수 있는 분위기 역시 중요해 보인다. 대리가 팀장한테 이처럼 주문했을때 “장난하냐, 알잖아, 어이없네, 나가!”라고 반응한다면, 룰도 소용없게 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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