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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천국’ 된 일본, 한국서 ‘일손 찾기’ 북적
구직자 1명이 1.63개 일자리
“사람 못구해 기업 문닫을 판”

코엑스 ‘글로벌 일자리 대전’
참여기업 64% 일본 ‘큰손’ 부상
“3개국어 한국청년은 우수인재”


#일본 치바현 마츠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인 김 씨(40)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에 정착했다. 그러나 출산 후 한국에서 재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최근 다시 일본행을 택했다. 심각한 일본 구인난에 과거 직장에서 러브콜이 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남편도 함께 이주해 현지 인테리어 업체에 취직,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일자리 대전’. 일본 아이치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는 본사 직원 채용을 위해 한국 전시회에 처음 참가했다. 그 동안 한국인 유학생을 많이 채용했지만 이젠 직접 서울에 와 한국의 청년인재를 찾아 나선 것이다. 한국인 직원은 일본어, 영어, 한국어 등 3개 국어를 할 수 있어 우수 인재라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활성화 대책)’로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한 일본이 이제는 구인난에 시달리며 한국 취업 시장에까지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 참가한 일본 기업은 118개 사로 전체 참여 기업중 64%를 차지했다.

일본은 ‘일자리 천국’이 됐다. 고령화에 따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전체 인구의 5%)의 은퇴와 저출산으로 노동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3면

일본 후생노동성 등에 따르면, 일본의 올 3월 평균 유효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은 1.63배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평균 1.62배 보다 상승한 것으로, 구직자 한 명이 1.63개의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구인배율 역시 지난 3월 2.42배로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전달 2.50배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은 이래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세계 최대 채용 검색 사이트 ‘인디드’의 도쿄지사 관계자는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 참여해 “일본의 대학 졸업반 구직자는 통상 3.8개 회사에서 채용 제의를 받고 그 중에서 골라갈 만큼 취업 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라며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끝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기준 일본 취업률은 고졸 100%, 대졸 97.6%로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실업률은 2.3%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 인력난은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기업이익이 개선되며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 단카이 세대의 은퇴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2013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엔화 약세와 법인세 감면, 경제특구 등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기업이익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들까지 속속 회귀했다.

실제 일본 법인세는 2013년 34.6%에서 2018년 29.7%로 떨어졌다. 또 미국, 중국, 멕시코 등지에 나가있던 도요타, 혼다, 닛산 자동차를 비롯해 파나소닉, 샤프, TDK 등 일본 간판기업의 공장이 본국으로 회귀(리쇼어링)하면서 일자리는 더욱 늘어났다.

반면 인력공급은 현저히 줄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72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단카이 세대의 대규모 은퇴로 노동력의 공백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급기야 기업들이 정년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릴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인재 쟁탈전은 점입가경이다.

이직을 막기 위해 복리후생을 강화하는가 하면 회사에 지원한 구직자가 추가 구직활동을 중단하고 입사할 것을 강요하는 ‘오와하라’ 행태마저 만연하고 있다. ‘오와하라’는 ‘끝내라’란 뜻인 일본어 오와레(おわれ)’에 ‘괴롭힘’이라는 영어 단어 ‘harassment’를 합한 말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인구문제와 노동시장 문제가 더 심각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가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며 “비단 현 정부뿐 아니라, 경영계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부는 유연화로, 노동계 기반의 진보정부는 노동 보호나 소득 주도에 치우쳐 사회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구인난은 인구구조와 정책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아베노믹스의 소득 증대와 투자활성화를 동시에 싹틔운 전략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예선ㆍ박혜림 기자/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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