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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교류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일방의 의지와 바람만으로 이룰 수 없다. 그리고 그 관계의 의미와 맥락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서 달라진다.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그 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세대, 지역, 젠더에 따라 달라지고 종교와 계층에 따라서도 시선은 달라진다.

‘남북관계’와 ‘남북교류’의 의미와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발전과 남북교류사업의 재개를 논의하는 공간에 자주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주로 논의되는 남북교류의 내용이 남북교류가 중단되기 전에 실시하던 것들이라는 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남북교류사업의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전환’과 보편적 사회가치 실현을 위한 ‘미래’의 프레임도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다. 보편적 원칙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거나, 국제기구의 모자보건ㆍ영양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공여하는 논의들이 계속되었다. 또한 결핵퇴치를 포함해 보건서비스 등 취약계층 지원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도적 지원들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되는 아주 기본적인 관계맺기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북한 내부의 ‘소식통’이 제공하는 추정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재생산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잊지 말아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치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논의되는 것은 10여년 전 진행되던 사업들의 복원이다. 남북교류의 첫 사업으로 양묘사업이 선정된 것은 황폐화된 북한의 삼림을 회복하기 위해 매우 필요한 것이다. 이외에 제안되는 다양한 농업 관련 지원사업도 복원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사업의 효과가 있었던 사업들을 다시 재개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단절이 초래한 남북교류의 경험과 노하우의 부족을 극복하는 타당한 전략이다.

그런데 남북교류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에 진행했던 사업을 넘어서는 환경변화를 고려한 전환적 시각도 요구된다. 10여년의 단절 동안 북한주민들의 삶의 환경도 바뀌었고, 국제적 환경도 바뀌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농업단지와 산업단지 구축을 통해서 경제적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북한주민들이 잘 살고자하는 바람은 그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가. 젊은이들은 그와 다른 방식으로 잘 살기를 꿈꾸면 안되는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것들은 당연한 질문이다. 남북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인큐베이션 창업교육, 디지털 프로그래밍, 방송과 애니메이션 등을 포함해서 국내외적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전향적 사업아이템 개발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대북제재로 인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푸념들이 많다. 그렇다고 멈출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직접교류가 불가능하다면, 우리만의 의지로 가능한 것들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강릉과 제진 사이의 동해선을 연결하는 것을 포함해 남북이 약속한 것 중 남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의 남북관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또 남북관계가 미래지향적일 수 있도록 분단으로 인해 이념적 갈등을 조장하고, 남과 북을 악마적으로 상징화하는 문화를 변화시키는 평화문화 육성을 위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이념적 선명성을 강조하며 남북관계의 미래를 냉전적 사고로 재단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교류는 남한 또는 북한의 입장만을 가지고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한쪽이 바라는 것만을 고집하는 것도, 다른 모든 여건이 마련되면 그 때 진행하겠다는 것도 지양해야할 것이다. 남북한 모두의 변화된 사항을 인정하고 현재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남북교류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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