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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조현병 역주행’ 40대,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한달 앞두고 사고
-지난해 9월 보건소 통보로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포함
-적성검사 미리 받았다면, 사고 피했을 수도…“강제할 수 없어”
-경찰청, 가족ㆍ경찰ㆍ의사 등 제3자가 조현병·치매 ‘수시적성검사’ 의뢰토록 추진

지난 4일 오전 7시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교통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숨졌다. [공주소방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예비신부와 3세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고속도로 역주행’ 차량의 40대 운전자가 조현병으로 인한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한달 앞두고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운전자는 지난해 9월 정신질환으로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편입됐지만, 검사를 강제할 수 없어 적성검사가 10개월이나 늦어졌다. 검사를 앞당겼다면 비극적인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조현병·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적성검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보건소 등 정부기관으로 한정된 수시적성검사 의뢰 대상자를 가족이나 경찰, 의사 등 제3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충남 공주에서 역주행 사고로 자신을 포함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A(40)씨는 오는 7월 10일 운전면허 유지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수시적성검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 운전자는 지난해 5월 열흘간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이 지역보건소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씨의 정식 병명은 조울병(양극성 정동장애)이었다.

일반 운전자는 10년에 한번 씩 정기 적성검사를 통해 운전면허 갱신여부를 결정하지만, 경찰청은 면허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수시적성검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보건소와 병무청 등 11개 정부기관 등을 통해 치매·정신질환 등 운전자의 정보를 받아 분기별로 대상자에 통보,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가린다. 도로교통법 제82조에 따르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자 또는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A 씨가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으로 편입된 것은 지난해 9월 6일이다. 문제는 A 씨가 적성검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A 씨가 대상자로 편입된 직후인 지난 9월 등기우편 등을 통해 수시적성면접 대상자임을 1차로 통보했지만 A 씨는 답하지 않았다. 1차 통보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총 4개월. 결국 2차 통보까지 마친 후에야 A 씨는 7월 10일날 적성검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권 문제 등이 걸려 있어서 이들을 강제로 소환해 적성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고 했다.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도로에서 라보 화물차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A 씨와 같이 정신질환자와 치매환자 등 판단력을 잃은 운전자들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대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특히 경찰은 보건소, 병무청, 보험개발원 등 11개 정부기관에 한정돼 있는 적성검사 의뢰 기관을 가족이나 의사 등 제3자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족이나 경찰 등이 운전자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바로 경찰청에 수시적성검사 의뢰하도록 해 판단력이 떨어진 운전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관계 기관과 1차 실무협의를 끝냈다"며  "7월 대한 의사협회 등이 포함된 민관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족과 경찰, 의료기관이 ‘의도’를 갖고 운전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인권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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