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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단체 “서비스지원종합조사는 껍데기만 바꾼 장애등급제”
-정부 내달부터 장애등급제 대신 서비스지원종합 조사 시행
-장애인단체 “서비스지원종합조사는 장애유형별 갈등만 조장해”

4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장애인단체들이 정부가 내놓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대신 도입되는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가 결국에는 장애인을 줄 세우는 또 다른 장애등급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대책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계기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는 장애등급을 의학적 기준으로 나눠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분류가 장애인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직장 유무, 학업 유무, 주거 형태 등에 따라 개인별로 생활 형태가 다른데도 의학적인 기준만으로 장애 등급을 일괄 분류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게 장애인 단체의 의견이다.

정부는 이 의견을 수용해 올해 7월부터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하고 의학적 판단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장애등급제와 유사하게 의학적 기능제한 평가 비중이 오히려 높아졌고, 종합조사 점수 안에서 장애유형별 고유한 차이가 총점 안에서 경합하는 방식이라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마련한 서비스 지원종합조사표는 ‘일상생활동작’, ‘인지행동특성’, ‘사회 활동’, ‘주거 특성’ 등 6개 분류에 대해 장애인이 해당 능력이 있는지 정도에 따라 각각 점수를 부여해 합산 점수에 따라 활동을 지원해주도록 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는 결국 장애인 ‘줄세우기’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나의 조사표를 가지고 일괄적용하다 보면 결국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조사문항에 환각ㆍ환청ㆍ망상 문항이 있는데 이는 신체 장애인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신체적 장애랑 정신적 장애가 경쟁하는 것처럼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장애 정도를 판단하는 총점은 정해져 있는데 환각ㆍ환청 등 항목에서는 전혀 점수를 받지 못해 결국 총점이 낮아지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조현수 활동가는 “서비스 지원종합 조사에 의한 점수가 결국 서비스의 양으로 이어지데 정부가 잡아놓은 예산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지원할 수가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원종합조사의 인권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장애인이 장애 정도를 점수화하기 위해 자신의 무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사표 문항에는 ‘목욕하기’, ‘식사하기’, ‘배변’, ‘전화사용’ 등의 문항이 있고 네 단계로 분류해 자신의 가능 여부를 측정하도록 돼있다. 조현수 활동가는 “조사 방식이 개인의 무능을 검증하고 추궁하는 방식이다. 인권적인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사표를 단일하게 만든 건 장애유형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지원이 필요한지를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 1급과 정신장애인 1급 중 누가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장애 유형 간 형평성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원종합조사가 또 하나의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유럽이나 어느 곳을 봐도 예산 규모가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상대적인 우선순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팔이 꺾인 정도와 일상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일대일로 대응하는 건 아니다. 의학적인 면과 개별 복지요구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을 설득해서 전체 예산 안에서 최대한 늘려나가려고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예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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