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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연사·뇌졸중과 붙어다니는 ‘부정맥’
6월 첫째주는 ‘세계 부정맥’ 주간
수면무호흡·코골이 심한 경우 부정맥 시술해도 재발 잦아 체중감량 등 필요



#직장인 김모(29)씨는 주말에 남자친구와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중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가끔씩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김씨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면 막상 맥박이 정상으로 나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두근거림이 평소와는 달랐고 호흡곤란까지 이어지자 결국 데이트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을 가게 됐다.

6월 첫째주는 ‘세계 부정맥 주간’이다. 부정맥은 정상적이지 않은 맥박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김씨처럼 갑자기 심장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리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혹여나 큰 병이라도 생긴 것인지 해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막상 심전도 검사를 할 때에는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그냥 되돌아가는 사람이 상당수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하게 발작적으로 빠르거나 느린 맥박이 나타나는 부정맥 환자는 이처럼 진단이 쉽지 않다.

▶종류 다양해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 별명=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운동을 보이는 것처럼 부정맥에 의한 두근거림은 다양한 심혈관질환의 첫 증상 혹은 마지막 증상의 하나인 경우도 있고 정상 심장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해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선 심장박동 속도에 따라 부정맥은 크게 서맥성 부정맥과 빈맥성 부정맥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심장이 분당 60회 이하로 너무 천천히 뛰면 서맥성 부정맥이라고 하며 육체적 활동과 무관하게 분당 100회 이상 뛰는 것을 빈맥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또한 위급성에 따라 부정맥은 심장마비나 급사로 연결되지 않는 ‘양성 부정맥’, 한번 발생하면 매우 위급하고 치명적인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악성 부정맥’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만약 ▷심장병을 앓아 심장기능이 저하된(심부전) 환자의 경우 ▷이전에 심장마비 또는 실신을 경험한 경우 ▷직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유사한 증상이나 부정맥으로 급사한 가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위험한 악성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다.

다른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느냐에 따라서도 부정맥이 구분된다. 구조적, 기능적으로 정상인 심장에서 부정맥이 발생한 경우 ‘특발성 부정맥’이라고 하는 반면 심근경색증, 심근증, 심부전 등과 같이 심각한 심장병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부정맥은 ‘속발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특히 속발성 부정맥의 경우 일차적인 원인인 심장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속발성 부정맥이 의심될 때에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기에 앞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밝혀진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심장혈관ㆍ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기능이 저하된 심부전 환자에서 흔한 속발성 부정맥의 대표적인 예가 심방세동과 심실 빈맥”이라며 “심방세동은 뇌경색 위험을 5배 이상 증가시키며 심실 빈맥은 급사의 위험을 높이므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발 많은 ‘심방세동’…카페인 피하고 식단은 짜지 않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부정맥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시기 부정맥 발작의 위험은 더 커진다.

그 중 가장 흔한 ‘심방세동’은 심부전을 일으키고 사망률을 2배 이상 증가시켜 돌연사 위험뿐만 아니라 뇌졸중(뇌경색) 위험 또한 5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맥 치료를 받고도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확률은 약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신 교수는 “1차적으로 정상 심장 리듬으로 되돌아오도록 항응고제(항혈전제) 등 약물치료를 하는데 그 효과는 절반 이하로 1년 후 대부분 재발한다”며 “이처럼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재발할 경우 최근에는 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하여 부정맥의 주요 원인 병소인 폐정맥을 격리시키는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통해 정상맥으로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술 후에도 심방세동을 오래 앓으면서 심장의 병소가 너무 많아져서 고주파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거나 치료 후에 주변의 다른 곳에 새로이 병소가 생기면서 부정맥이 재발되기도 한다. 부정맥은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만큼 치료법이 다양하지만 부정맥이 발생하는 원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 교수는 “부정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 등을 중단하고 짜지 않은 식단과 함께 과로, 스트레스는 피해야 한다“며 ”특히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가 있는 사람은 부정맥 시술을 해도 재발이 잘되므로 체중 감량, 양압기 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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