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탈리아ㆍ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이 3사 연합체를 이루는 닛산차와 미쓰비시자동차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세나르 르노 회장은 29일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 닛산차 본사에서 열린 닛산-르노-미쓰비시 3사 연합체의 월례 이사회에서 FCA가 제안한 경영통합 계획을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닛산차와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를 토대로 경영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검토하는 등 사내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회의에 앞서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차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FCA와 르노의 합병이) 닛산에 어떤 기회와 영향을 줄지 생각해 논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세나르 회장이 합병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CA와 르노의 합병안에 대해 사이카와 사장과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차 회장 겸 CEO는 전향적인 입장이지만, 닛산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술 협력 및 개발 비용의 부담 배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닛산차와 미쓰비시차가 제시하는 의견을 토대로 내주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FCA와의 합병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르노와 FCA는 각각 5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는 20여년 간 닛산, 미쓰비시와 자동차 3사 연합을 맺고 기술협력, 전기자동차 공동 개발 등을 해왔다.
닛산은 르노에 의결권 있는 지분이 없는 데다가 이번 합병이 양사 운영 관련 합의 사항에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합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사이카와 닛산 사장은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닛산의 관점에서 합병을 더 면밀하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닛산차 입장에서 득실이 존재한다.
현재 3사 동맹 체제에서 르노는 의결권이 있는 닛산 지분 43%를 갖고 있는 반면, 닛산은 르노의 지분을 15%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FCA가 제안한 조건으로 새로운 합병회사가 생긴다면 닛산은 합병사에 대해 7.5% 지분과 그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얻게 된다.
합병 시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르노 지분 15%를 통해 닛산에 간접적으로 미치던 통제권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최근 닛산의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합병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산은 미국 시장 판매 부진과 노후한 차량 모델, 제품 주기 문제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 약화 전망을 발표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금 축소를 선언했다.
무엇보다 닛산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독립성이다.
앞서 르노는 닛산에 경영권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르노가 FCA와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서 닛산과의 경영권 통합 논의는 잠정 중단되며 합병 압박을 받던 닛산은 한숨 돌리게 됐다.
FCA는 르노, 닛산이 함께 참여하는 3자 합병도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르노와 FCA에 닛산은 전기차 기술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다.
SBI증권 애널리스트 엔도 코지는 닛산이 종속될 가능성은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에도 큰 우려라고 지적했다.
엔도는 “세나르 회장은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닛산이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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