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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세 내려면 주식 팔 수밖에…기업 영속성 저해하는 상속세제
- 두산 오너 일가 상속세 납부 위해 주식 매각…시장 충격
- 상속 ‘부의 세습’이 아닌 일자리와 국가 경쟁력 유지 관점으로 봐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두산 오너 일가의 대규모 지분 매각으로 지난 28일 주가가 급락하자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결국에는 보유 지분을 내다팔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시장의 충격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은 전 거래일보다 5.10% 내린 9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하락 배경은 그룹 오너 일가가 지난 27일 장 마감후 두산 지분 70만주(지분율 3.8%)를 매각하기 위해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블록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박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이 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 10만원에서 할인율 4~7%를 적용한 9만3000~9만6000원이다. 매각에 성공할 경우 총 매각가는 651억~672억원 선이다. 매각 후 두산 특수관계인의 보통주 지분율은 51.08%(931만5435주)에서 47.24%(861만5435주)로 줄게 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속재산 신고 기한은 9월 말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사회적 반향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두산그룹이 발빠르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납부 방법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상속세율은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50%로 책정되고,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받으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시가의 20~30%를 할증한다. 조양호 전 회장은 할증 대상으로, 경영권 승계시 부담해야 하는 세율 60% 등을 고려하면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주식 상속세만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는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한다며 상속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각국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이유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한 자국 기업 국제경쟁력 강화”라며 기업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속세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높은 상황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추가하고 있고 가업 상속 공제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기업현장에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주기보다 매각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가정신 계승과 체화된 경영 노하우·기술 전수 기업의 선순환 발전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속받은 주식을 팔아야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는 투기 자본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상속 문제를 ‘부의 세습’이 아닌 일자리와 국가 경쟁력 유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현실도 상속세제 개선의 주된 명분이 된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미국보다 상속세가 높다”며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2017년 기준 상속세 실효세율이 한국은 28.09%인데 일본은 12.95%, 독일은 21.58%, 미국은 23.86%다.

이 교수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지분 매각을 하지 않고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상속세를 완화해 승계 경로를 열어주는 대신 고용 증대와 유지, 국내 투자 활성화, 공익사업 수행 등 국가와 국민에게 더 크게 공헌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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