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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국민건강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전자담배 쥴’
“전자담배 쥴(JUUL)은 성인 흡연자에게 대안책이 될 것입니다”

켄 비숍 쥴랩스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성장부문 부사장은 최근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임스 몬시스 공동 설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쥴의 위해성 논란을 의식한 듯 “영국 보건당국의 자료를 보면,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5%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며 “(우리) 제품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쥴랩스의 이같은 시도는 국내에서 오히려 쥴의 위해성 논란을 더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몬시스 CPO의 발언외에 쥴의 위해성을 반박할만한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쥴랩스코리아는 관련 자료들이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자료들이라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려 당장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쥴랩스가 지난해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 온 점을 고려하면 번역 시간을 이유로 든 것은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간담회 당일에도 위해성이나 세금 등 민감한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 사전에 QR코드를 통한 인터넷 게시판으로 질문서를 받았지만, 관련 질문이 승인이 나지 않았거나 삭제됐기 때문이다. 사전 검열을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왔다.

자료가 공개됐더라도 쥴랩스측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영국 보건당국의 2018년 보고서인 ‘전 세계 담배시장 상황, 유해물질 감소’(Global State of Tobacco, Harm Reduction)를 보면, 몬시스 CPO의 발언처럼 ‘전자담배가 기존의 담배보다 유해물질 배출량이 95% 줄어든다’라는 문장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바로 이어 ‘전자담배가 무해한 것이란 뜻이라기 보다 가연성 담배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연구에서도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내 의학계에서도 담배는 한 두 개비만 펴도 사망위험률이나 암 발생률을 급격히 높이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나오는 것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담배에서 위해 물질이 덜 나온다고 흡연자의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24일 보건복지부가 쥴 출시에 맞춰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와 광고를 집중 단속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들의 신종담배 사용은 니코틴 중독을야기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후 만성 흡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어떤 종류의 담배든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쥴랩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임상실험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쥴랩스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1그룹은 그대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2그룹은 금연, 3그룹은 쥴로 전환토록 한 후 실험자들의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등 생체 지표(Biomarker) 8가지를 측정했다. 결과는 쥴랩스의 의도(?)대로 금연 그룹과 3그룹이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실험 기간이 불과 5일밖에 되지 않아 결과의 신빙성을 믿기가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궐련형 담배나 전자담배 모두 건강에 좋지 않은 ‘흡연’이라고 본다”며 “쥴랩스가 정말 유해성이 없다면 판매와 인지도 확대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같은 꼼수를 부리지 말고, 구체적이고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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