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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독재자의 후예를 상대하는 법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들을 직접적으로 지목해 일갈했다. 자유한국당은 직접적 가해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독재자를 배출한 정당의 후신이다. 그래서 ‘독재자의 후예’라는 말에 발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자유한국당을 향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 모호함을 해소해 준 것이 여권 성향 인사들의 발언이다. 민주당은 논평으로 “당연한 말에 심기가 불편한 자가 있다면 이는 스스로 독재자의 후예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야권을 공격했다. 그의 논리는 너무 유치하다. 문 대통령에게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했을 때 심기가 불편해진다면 경제를 망쳤다는 것을 자인한다는 논리이다.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ㆍ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직접적인 공격을 하며 더 명확하게 구도를 잡았다. 종합해보면 결국 문 대통령이 모호하게 표현했던 ‘독재자의 후예’라는 표현은 좁게는 자유한국당, 넓게는 보수세력 전반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괴물집단으로 묘사하는 식의 전략은 구체적으로 두가지 전술의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스테레오타이핑(stereotyping)이다. 일부 구성원들의 과오를 집단 전체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나서 나머지 구성원들을 재단하는데 그 정체성을 재귀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5ㆍ18에 대해서 북한군 개입설 등의 비주류학설을 믿는 사람의 수는 보수 성향이 있는 사람 중에도 많지 않다. 조갑제 기자도 북한군 개입설은 전혀 근거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군 개입설을 일반적인 보수의 가치로 스테레오타이핑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는 연좌이다. 5ㆍ18 관련해서 망언한 이종명 발언에 동조하지도 않고 별다른 망언이나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징계에 미온적이다” 등의 이야기로 연좌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이번에 민주당 소속의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아내를 골프채로 폭행해서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해서 모르는 체하는 민주당이 살인마 정당은 아니다. 그만큼 연좌는 비논리적이다.

국민을 갈라치며 반대세력을 질타할 때 쾌감은 느끼겠지만 이런 공격은 사실 문재인 정부 처지에서 여러 가지 모순을 양산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상대할 각국의 지도자 중에는 독재자의 후예 뿐 아니라 독재자도 많다. 국가주석직을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던 헌법을 개정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놓은 시진핑이 있다. 무엇보다도 휴전선 이북에는 3대 세습을 통해 종신집권을 실현한 독재자 김정은이 있다.

5ㆍ18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는 독재자의 후예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통령의 위치에서 그런 반감이 표출되면 하나의 독트린이 된다. 독트린은 국가를 운영하는 천명된 원칙이다. 역사 인식이 잘못된 독재자의 후예와는 각을 세우겠다는 독트린대로라면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이야기하고, 천안함 폭침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며, 우리 금강산 관광객을 살해한 독재자의 후예이면서 본인도 독재자인 김정은에게는 당연히 더 큰 반감을 품어야한다.

황교안 대표가 광주에 오는 것을 사이코패스라고 비난하고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한국전쟁 등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나 인정의 표현도 하지 않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조건 없이 호감을 표시하며 지지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넘어 이번 정부가 왜 원칙과 신뢰의 위기를 겪기 시작하는지 보여준다.

남북관계는 특수한 관계라 원칙을 다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대한민국이 잘 안되기를 바라는 인사이고 적어도 야당은 대한민국이 잘되려는 방법들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다. 김정은과 독트린을 저버려 가면서까지 대화해야 할 어떤 예외성이 있다면 오히려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할 당위성은 더 크다.

ㅍ북한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내고 국민의 의무를 지는 세력은 자신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어떻게든 싸잡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공고히 하고자 다른 사람을 종북과 빨갱이로 몰던 방식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시도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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