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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적폐청산뒤 협치’…‘타협의 여의도’ 더 멀어지나
문재인 대통령의 ‘선(先) 적폐청산, 후(後) 협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전사회를 향한 ‘가이드라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일단은 그 행간이 간단치 않다.

특히 패스트트랙 지정후 정치권의 극한 대치 속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한국당의 국회 복귀 명분이 좁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고도의 노림수가 섞인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옳고그름을 떠나 아슬아슬한 발언”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원로 초청 오찬에서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공감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국정ㆍ사법농단을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적폐청산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사회통합을 생각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 읽혔다. 특히 대야 관계에 있어서도 협치보다는 적폐청산이 우선이라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의도 정가에는 당분간 타협정치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관련기사 4ㆍ5면

정치권은 요동쳤다. 범여권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적절했다”고 옹호했지만, 야권은 “반민주, 의회폭거로 갈등을 조장한 장본인이 누구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안그래도 경색된 국회를 두고 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까지 내려가며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선적폐청산 후협치 발언은) 좌파독재를 공식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은) 문통, 불통이라는 말이 부족하고 모질다라는 이런 생각을하는 국민들이 많으실 것”이라며 “반대파에 대해 추호도 인정은 고사하고 용납 자체를 않겠다며 끝까지 죽이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특유의 선한 척 하는 표정 뒤에 모진 마음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야는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국회 내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극한 대치를 이어왔다.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하며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시작했고, 뒤늦게 여야 4당은 한국당을 향해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협치를 시작하자”고 나섰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이유야 어떻든 야당에 적극 손짓하는 여당의 현 흐름과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으면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노력이 먼저”라며 “야당의 반대는 무시하고 국민과 대화하겠다는 모습은 야당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오찬에 참석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민도 적폐청산을 흐지부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회 마비가 장기화되면 부담은 대통령에게 돌아가는데, 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수고스럽지만, 정국을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회 내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마치 역사를 ‘완벽히 청산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협치는 상대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야당들의 청와대 앞 집회에 비서실장조차 나와보지도 않으면서 ‘적폐청산 이후에 협치하겠다’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 국회는 현재 이상으로 어렵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유오상ㆍ이원율ㆍ홍태화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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