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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 날갯짓이 태풍으로…‘제2의 블랙스완’ 그림자

  • 기사입력 2019-05-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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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탈레브 지적 탐구·통찰의 결정판
책임지지 않는 ‘간섭주의자’ 불균형 초래
절대 양보않는 소수에 의해 장악된 사회
배타적 소수에 불관용 취해야 할 이유
공정한 사회위한 책임의 균형 촉구 강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존재에게 전가하는 사회는 존속될 수 없다. 행동과 책임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균형’이다. 신법이든 사회법이든 인간이 만든 법이든 모든 법은 이런 균형을 지키면서 발전해왔다.” (‘스킨 인 더 게임’에서)

사회문화현상을 바라보는 기능론적 관점은 사회 구성원이 상호 조화와 협력을 통해 균형과 안정을 이뤄간다고 보지만,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져가는 복잡성 사회를 읽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통계학자 나심 탈레브는 최근 저서 ‘스킨 인 더 게임’(비즈니스북스)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상과 시스템이 숨기고 있는 불균형과 부조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탈레브는 불공정사회가 바로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데, 불균형은 다름아닌 책임의 불균형을 말한다.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은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책임을 안고 직접 현실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흔히 어떤 선택과 행동에 내포된 위험과 실패를 회피하는 현상을 지적할 때 쓰인다.

말 한마디나 관련 법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 예상되지만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걸지 않고 마음대로 떠들어대고 책임지지 않는 ‘간섭주의자’들을 향한 탈레브의 일갈이다. 탈레브는 가짜 전문가와 가짜 지식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권력이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고 있는지 그 행태를 낱낱이 드러내며 그들의 무책임이 낳을 ‘제2의 블랙 스완’을 경고한다.

이 책은 ‘인세르토(불확실성)’ 시리즈의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책으로, 탈레브의 지적 탐구와 통찰의 결정판처럼 보인다.

탈레브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힘 보다 잘 보이지 않는 미미한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는 현상에 주목한다.

여기서 탈레브는 무엇이 불균형을 일으키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들려주는데, 대부분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어떤 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지, 보편주의는 원래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게 됐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는지 등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가령 국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 땅콩을 미국의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서비스하지 않는다. 저렴한 기내 서비스로 만족도 높았던 서비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건 땅콩 알레르기 환자 때문이다. 극소수의 사람이라도 사고가 날 경우 치명적이라는 판단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현재 무슬림 신자는 전체 인구의 3~4퍼센트 정도인데 영국에서 유통되는 육류의 상당 부분은 할랄이다.

수리물리학의 ‘재규격화 집단’개념으로 설명되는 이런 현상은 우리의 일상 전반과 가치에까지 작용한다.

한 예로, 비유전자조작 식품만 먹는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비유전자조작 식품만 먹는 사람의 가족은 그가 다른 것은 먹지 않기 때문에 모두 비유전자조작식품으로 바꿀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날 네 가구가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한다면, 나머지 세 가구는 이 가족이 비유전자조작식품만 먹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파티의 모든 음식을 비유전자조작 식품으로 차리게 된다, 두 가지를 차리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점차 영역이 확대되면 식료품점도 비유전자조작 식품을 취급할 수 밖에 없고, 도매상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집단의 재규격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정치에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결집층만 있으면 그들의 정치적 주장이 우세한 여론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 가령 극우나 극좌 성향의 정치인의 경우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극우나 극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은 언제나 극우나 극좌에게만 투표하고 부동층 중에서도 잘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정치적 주장은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 


탈레브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3퍼센트의 정치 집단만 있으면 소수에 의한 장악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종교나 도덕적 가치관도 재규격화 과정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나쁜 의도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한 사회의 도덕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수에 의한 장악 효과는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꼭 팔아야겠다고 판단한 매도가 단 한 명만 있어도 가격은 크게 요동친다.

저자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는 민주주의를 장악할 수 도 있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가 양보하지 않는 소수에게는 불관용,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한 것은 행정 시스템이다. 의료계에서 나타나는 책임 불균형의 원인이 바로 행정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은 소송의 빌미를 만들지않고, 자신의 경력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과잉 처방을 함으로써 환자에게 리스크를 전가시키게 된다.

탈레브는 리스크로 가득한 일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법, 부분적 지식을 확대해석하는 오류, 호도의 수단으로 전락한 데이터 구별하기 등 제대로 보는 법을 일러준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 세계의 확률을 가장 잘 이해하는 법이 바로 합리성이며, 합리성의 기준은 바로 우리의 ‘생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책임의 균형에 반하는 논리는 전부 거짓이다”는 게 25년 탈레브 연구의 결론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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