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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대북 지원 카드 만지작…“인도적 지원 지속 입장”

-국제기구 공여 통한 대북지원 재추진할 듯
-“현 단계에서 당국 차원 지원은 검토 안해”
-北, 제재ㆍ이상고온ㆍ가뭄ㆍ폭우로 식량난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도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 단계에서 당국 차원의 식량지원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단체 인도적 지원은 이미 열어놨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당국 차원의 식량지원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만큼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미 의결됐지만 집행되지 못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ㆍ영양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협상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행되지 못했다.

집행되지 못한 남북협력기금을 국제기구에 공여하려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다시 교추협을 열고 새롭게 의결해야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800만달러 공여안은 다시 검토해야한다”며 “지금 아직 교추협을 언제 연다고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이달 초 예상되는 WFP와 식량농업기구(FAO)의 북한 식량상황 파악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WFP와 FAO가 기본적으로 북한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현장실사와 자체판단을 더한 발표가 나오면 현지 상황에 가까운 작황 상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는 남북관계가 작년만 못한 상황에서 이를 지렛대 삼아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취임하면 국제기구에 대한 공여를 포함해 대북 인도지원 관련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인도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적은데다 이미 한미 간 공감대를 형성한 카드이기도 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지금 일정한 인도적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하노이 결렬 직후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과 이를 계기로 한 한미 워킹그룹에서는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작년 연말 진행된 한미 워킹그룹 때도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당시에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북한의 식량사정은 쌀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년보다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유엔에 보낸 공문에서 작년 말 WFP와의 공동 작황평가 결과 이상고온과 가뭄, 폭우와 제재 등의 영향으로 곡물생산량이 2017년보다 50만3000t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농촌진흥청은 작년 12월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1년 전인 2016년보다 16만t 줄어든 455만t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북의 차이는 도정 전후를 기준으로 통계를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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