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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왜?” 산만한 아이 ‘혼’부터 내나요
#식품회사 영업직에 종사하는 김모(40)씨는 최근 회사에 연차를 내고 5살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참여수업에 갔다. 그런데 수업 내내 아이가 산만하고 불안한 증세를 보이면서 다른 아이에 비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김씨는 아이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게 미안했던 김씨는 앞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생화레 적응을 잘 하지 못하면 부모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ADHD, 자폐증 등이 있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지면서 교감을 높여야 질환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친구 사귀기 어려운 아이는 자신감 높여줘야=새 학기가 시작된지 두 달이 됐지만 몇몇 아이들은 학교 등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 사귀기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들은 자녀의 상태를 잘 관찰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서 노는 경향이 있다. 김효원 서울아산어린이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반 아이들 중 몇 명과 따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주거나 운동이나 학원을 같이 다니게 해 어울릴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간혹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 과거에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위축된 아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고기능 자폐증(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많아 친구들에게 먼저 말도 잘 걸고 친구도 쉽게 사귀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친구들의 사소한 장난에도 크게 반응해서 싸우기도 한다. 행동이 크고 거칠어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들도 많다. 김 교수는 “이런 아이에게는 경청과 순서나 차례를 기다리는 법 등을 가르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DHD 아동은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 필요=한편 유달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위가 산만한 아이라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ADHD는 ‘참을성 부족, 산만함, 불필요한 과잉행동, 집중력 저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대부분 소아기에 많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부모의 훈육방식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증상이 심했다고 하더라도 영유아기에 ADHD를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단을 위해 가장 정확하고 중요한 자료는 실제 아이의 생활에서 보이는 행동문제”라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조부모,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의 풍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자녀가 ADHD로 진단을 받았다면 가능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가장 효과적인 약물치료부터 심리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ADHD 아동들은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 때문에 야단이나 꾸중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가 원만하기 못해 또래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치료가 지연된 ADHD로 인해 마음의 상처와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를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종하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가 ADHD 아동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ADHD 아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병으로 인해 못하는 것들이 있다. 과제를 한 번에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혼내는 것으로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꾸준한 치료와 반복 교육, 사소한 것이라도 잘한 것은 칭찬해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와 좋은 관계형성이 먼저=ADHD와 같은 질환의 치료 시기는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 하지만 어릴 때는 발달과정에서 누구나 다 그렇다는 생각으로 초기에 상담을 받는 것조차 주저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주의력 결핍이나 충동적인 행동이 지속돼 대인관계, 학습, 사회생활 등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와의 좋은 관계형성이 먼저 이뤄져야 ADHD와 같은 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이와의 좋은 관계형성을 위해서는 부모 자녀간에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며 “부모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 아이를 먼저 이해하고 하나씩 지도한다는 개념으로 일관성 있고 통제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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