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친勞정부의 그림자]오래 일하고 생산성 낮은 노동후진국의 ‘민낯’
주당 43.4시간…선진국보다 하루 더 근무
질낮은 노동이 임금상승·고용확대 걸림돌
5명중 1명은 비정규직…OECD 최저 수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지만 노동질과 환경 면에선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비율, 임금격차 등 최악 수준의 각종 노동 지표를 보면 우리 사회의 ‘노동 민낯’을 쉽게 알 수 있다.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1인 주당 노동시간은 43.4시간이다. 지난 2000년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50.1시간을 기록한 이후 2012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0.2시간~0.9시간씩 줄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비교 가능한 OECD 31개 회원국 중 터키(46.5시간)를 제외하고는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평균인 37.3시간보다 무려 7시간 더 많았다. 매주 하루씩 한국인이 더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노동시간이 적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30.4시간에 불과했다. 독일의 주당 노동시간도 35.0시간으로 역시 OECD 평균을 밑돌았다.


압도적으로 긴 노동시간 때문에 노동생산성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임금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34.3달러(2010년 PPP기준 달러)로 집계됐다. 시간당 노동생산은 2011년 30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은 29위에 그쳤다. 우리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이 낮은 국가는 칠레와 멕시코, 그리스, 포르투갈, 헝가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7개국이 전부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1위인 아일랜드(85.9달러)의 40.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5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편이다.

다른 한편으론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중 한시적 근로자의 비율은 20.6%로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2010년 처음 25.0%를 밑돈 후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20%대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OECD 평균(11.2%)의 두 배 수준이었고, OECD 31개 회원국 중 칠레(27.7%) 등에 이어 6번째로 가장 높았다. 호주(5.3%), 일본(7.0%) 등과도 큰 격차가 있었다.

정년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문제도 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금융기관 등의 임금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생산성보다 임금이 높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결국 정년 전인 50대 초반에 쫓겨나 자영업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봉제 중심 임금 시스템을 바꿔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같은 노동이라도 지위, 소속 회사 규모 등에 따라 임금격차가 극심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직원 1인~4인 규모의 한국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은 174만원으로 일본(227만원)의 76.9%에 불과했다.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한국 기업이 534만원으로, 일본(345만원)보다 54.2% 높았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우수한 대기업은 급여가 줄지 않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임금, 복지 향상 위한 지출을 확대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