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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권자 무의식 두드린 트럼프…대선판도를 바꿨다

  • 기사입력 2019-04-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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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겨냥 “역겹다” 반복 기피심리 유발
위험회피 욕구 자극 투표행위에 영향미쳐
인간심리·행동체계 무의식의 영역에 자리
의도, 구체 계획·실천 무의식처럼 자동화 
저자 바그 교수 “원하는 삶 설계도 가능”


“가장 효과적인 자기조절은 의지력을 발휘하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충동과 원치 안흔 행동을 억압하는 과정이 아니다. 무의식의 힘을 제대로 활용해서 훨씬 수월하게 스스로 를 조절하는 과정이다.”(우리가 모르는 사이에서)

“이 멍청아, 무의식이 먼저야”

무의식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존 바그 예일대 교수의 미해결 과제를 풀어줬다는, 꿈 속에서 악어가 한 말이다..

바그 교수는 2006년 의문에 빠져 있었다. 오랫동안 무의식적 정신과정은 의식적 경험이 폭넓게 사용하고 쌓인 후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발달심리학에선 세상 경험이나 연습과정 없이도 아기의 어떤 행동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식적 경험이 없이도 어떻게 평가와 동기와 실제행동을 처리하는 고차원적인 정신과정이 가능한 걸까. 수수께끼를 안고 끙끙대던 그는 육아 휴직 중 낮잠을 자다 몸을 뒤집어 배를 드러낸 악어꿈을 꾸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다름아닌 그동안 전제가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기본 심리와 행동 체계가 원래 무의식적으로 존재하고, 더 나아가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후반에 출현하는 언어와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사고보다 앞서 출현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대상에게 다가가고 좋아하지 않는 대상은 피하거나 어둠을 무서워하고 근처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는 것 등 위험 회피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바그 교수는 저서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청림출판)에서 우리의 일상은 수 천년전과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무의식의 마음은 여전히 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추위와 더위, 가뭄과 기아, 세균이나 독소 같은 외부 환경에서 신체적 안전을 지키려는 기본 욕구는 현실에서 강력하게 작동한다. 그 결과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도 놀라운 방식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선 당시 이 무의식을 잘 이용했다. 트럼프는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토론회 당시 화장실에 잠시 갔다오느라 늦은 데 대해, “역겁다”는 말을 남발, 대중들이 무의식적으로 힐러리를 기피하게 만들고 신체적 안정성을 상실했다고 느끼게 했다. 그 결과 대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금연 광고가 뜻하지 않게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담배에 대한 이미지를 연상시켜 흡연욕구를 자극, 금연광고를 보고 난 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도 무의식은 작동한다. 18개월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신뢰가 생존을 위한 본능임을 보여준다. 두 인형이 마주 보면서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는 사진을 본 그룹의 아기의 60%는 실험자가 실수로 떨어뜨린 막대를 자발적으로 주워주려 했으나 대조군은 20%에 그쳤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 아기들도 선택할 줄 알았다. 믿음은 주로 영아기 부모의 애착관계에서 형성된다. 친구의 행동, 동료의 반응이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원인은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바로 생애 초기에 형성된 부모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숨겨진 과거를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현재에 작동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의식에는 미래도 들어와 있다. 미래의 목표와 욕구는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쳐 행동을 바꿔 놓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 구두 시험의 성적을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무의식이 의식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정체성에 중요하다. 우리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휘둘려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존재도, 또 모든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통제하는 존재도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행동은 뇌의 의식적 작용과 무의식적 작용 사이, 외부 세계의 사건과 머릿속의 사건 사이에 일어나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다.

흔히 이성적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통제권을 잃는다고 생각해 거부하려 들지만, 바그 교수는 이를 부정할수록 자유의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조종당하기 쉽다고 강조한다. “역설적으로 무의식적 영향력의 존재와 자유의지의 한계를 인지해야 자유의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려면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 숨겨진 과거와 숨겨진 현재를 아는 게 중요하다. 진화의 먼 기억부터 유년시절의 기억, 불과 두 시간 전의 과거가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우리의 순간적인 판단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직감을 믿어야 할 때는 언제이고, 순간적인 반응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등이다. 또한 미래 목표와 욕구 역시 현재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을 잘 살피면 인생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저자는 무의식을 우리 삶에 도움이 되도록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령 담배를 피우지 않고 살도 안찌고 운동도 많이 하는 사람의 비결은 남보다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행동을 덜 의식적이고 자동적, 습관적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저자는 실행하기 어려운 걸 실행에 옮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효과를 본 ‘실행 의도’ 기법을 소개한다. 의도를 수행하는 시간과 장소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 꾸준히 함으로써 무의식처럼 자동화시키는 것이다.

“무의식은 뚫리지 않는 벽이 아니라 열리는 문이고, 그 문의 열쇠는 과학에 있다”는 무의식 40년 연구의 권위자의 말은 귀담아들을만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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