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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유럽엔 258년, 9대째 내려오는 회사 있는데…”
-“회사 팔아 빌딩 물려주면 편한데 뭣하러 자식 고생시키나”
-“가업승계 세부담 과해…기업가정신 보상 없인 어려워”


[헤럴드경제=조문술·김진원 기자] “이 볼펜이 뭔지 아십니까. 독일의 파버카스텔이라는 회사입니다. 258년 됐습니다. 9대째 내려오는 회사인데요. 독일 사회는 이 기업이 창업주의 9대손까지 가도 생생하게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돼 있어요.”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검은색 볼펜을 꺼내 들며 말했다. 중견련 회장에 취임한 후 1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한국의 가업승계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업을 잇는 행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재벌 2·3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반감은 당연하죠.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이어받는 것에 대해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재벌가의 사회적 물의 내지 기업을 이어 받는 과정에서 범법행위가 있으면 형법이 됐건 뭐건 법대로 처벌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업 자체는 분리해서 봐야죠. 기업이 무슨 죄를 짓습니까.”

강 회장은 이어 토로했다.

“주변 회장님들 중에서는 기업 그냥 팔아버리고 현금화시켜서 빌딩이나 사서 증여세·상속세 다 내고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돈만 생각하면 이렇게 하는 게 훨씬 편하지요. 그런데 기업가들은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기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겁니다. 창업정신과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하잖아요.”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두번째 높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률 30%를 감안하면 최고 실효세율은 65%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다.

독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한국과 동일하지만 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상속할 땐 30%를 적용한다. 또 가업상속공제 제도 활용폭이 넓어 대부분의 기업이 가업을 상속시키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제도는 가혹하다는 불만이 대·중견·중소기업계를 가리지 않는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M&A시장에 나올 경우, 대기업이나 해외 사모회사(PE) 외에는 인수여력이 없다. 그럼 대기업 부의 집중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자본과 기술의 해외유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돈을 물려달다는 게 아니다. 경영권만 방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인데 하나도 되는 게 없다”면서 “다른 나라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낙하산 등 다 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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