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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무심한 듯 ‘쿨’하게”…10대 팬덤 형성한 ‘디스이즈네버댓’
-SNS 기반으로 독보적 입지 구축…매출의 70% 온라인서 나와
-고객 중심의 상품 전시회와 주별 신제품 발매로 연일 화제
-스트리트 문화 주도하는 창작 집단…음악ㆍ영상 등에도 공들여
 

디스이즈네버댓 2018 봄ㆍ여름(S/S)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요즘 1020대의 ‘잇(it)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을 이끄는 박인욱 공동대표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첫 통화에서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얼굴 공개가 왜 안되냐는 질문에 “대표나 디자이너 한 명이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인물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싶다”며 “옷, 룩북, 비디오 그 자체가 디스이즈네버댓”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친구 사이인 박인욱, 조나단, 최종규 공동대표가 지난 2010년 설립한 브랜드다. 1990년대 대중문화에서 길어온 영감으로 즉흥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인다. 유명 모델이나 광고 대신 ‘난해한’ 영상과 음악으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 이 때문에 왠지 모르게 무심하고 불친절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소비자의 소맷자락을 붙잡지 않는 탓인지, 1020세대 사이에서 가장 ‘쿨’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도 지난해에만 2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66.9% 늘어난 수치다.

▶정해진 브랜딩 공식은 없다=디스이즈네버댓은 홍보 전담부서가 없다. 연예인을 광고에 기용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컬렉션마다 순식간에 품절되는 ‘네버댓 신드롬’을 일으켰다.

“브랜드를 만드는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생각해요. 옷을 먼저 만들고 제일 잘 어울리는 모델, 영상, 음악 등을 찾아요. 남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걸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연예인 모델이라든지, 광고라든지. 마케팅팀이나 홍보팀도 따로 없어요.”

이 브랜드는 특히 10대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으로 불릴 만큼 충성도가 높다. 1020대의 ‘홈 그라운드’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홍보 채널로 공략한 덕분이다. 주력 유통망도 오프라인 채널이 아닌 무신사, W컨셉 등 전문 온라인 패션몰이다. 이곳에서 매출의 70%가 나온다. 특히 무신사에서는 일일매출 7000만원을 3개월간 이어갔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지금의 10대, 2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지, 영상에 노출돼 자랐어요. 그 친구들이 봤을 때 ‘신선하다’, ‘다르다’고 느끼려면 브랜드의 이미지에 가장 공을 들여야 해요. 피로도가 높은 광고가 아닌, 브랜드 룩북, 영상, 음악 등으로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박 대표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디스이즈네버댓 2019 봄ㆍ여름(S/S)

▶소비자 관여도 높여 ‘팬덤’ 형성=디스이즈네버댓은 매년 2월(봄ㆍ여름 시즌)과 8월(가을ㆍ겨울 시즌) 두 차례 컬렉션을 선보인다. 언론, 바이어 등 관계자 위주인 기존 패션쇼와 달리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는 일종의 ‘신제품 전시회’다.

“일년에 2번 진행하는 전시회에는 매번 2000여명의 고객들이 몰립니다. 고객들은 직접 신제품을 만져보고 입어보며 소재, 핏, 색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죠”

지난 2월 8일에는 ‘틴에이지 피싱 클럽(Teenage Fishing Club)’이란 주제로 서울 마포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피싱재킷’, ‘피싱셔츠’ 등 낚시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단 전시회에서 선보인 옷들은 한꺼번에 출시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10개 내외의 신제품을 발매한다. 이렇게 12~13주에 걸쳐 한 시즌 동안 총 160~170여벌의 상품을 선보인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SNS에 접속해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 브랜드처럼 한 시즌 상품을 한꺼번에 출시하면 고객들이 쉽게 흥미를 잃어요. 반면 주별 발매를 하면 오랜기간 고객들의 주목을 끌 수 있어요.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SNS에 노출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일종의 ‘사이클’을 만들어두는 겁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판매 방식을 ‘드롭(Drop)’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신제품을 ‘떨어뜨리다’라는 뜻으로, 6개월 단위로 돌아가는 시즌 개념을 깨는 것이다.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 또한 신제품을 기습 발매하는 방식으로 ‘뒷골목의 루이비통’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버버리를 비롯한 여러 명품 브랜드가 드롭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디스이즈네버댓 2018 가을ㆍ겨울(F/W)

▶분업화된 창작 집단, 스트리트 문화 주도=디스이즈네버댓은 스트리트 문화를 이끄는 창작 집단이다. 동시대의 영감을 공유하는 이들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을 내놓는다. 초반에는 모두가 디자인부터 영업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특기를 살려 업무를 분담한다. 조나단 대표는 경영과 기획을, 최종규 대표는 생산과 영업을, 박인욱 대표는 디자인을 책임진다.

“디스이즈네버댓은 기본적으로 ‘스트리트’와 ‘스포츠’ 콘셉트를 지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주 입고 싶은 편안한 옷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세명 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좋아해요. 그래도 결국 손이 가는 건 편안한 옷이더라고요. 저희가 다음 시즌에 바로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이유죠.”

영감의 원천은 1990년대 문화와 패션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미국프로농구(NBA), 폴로, 나이키 등이 대표적이다. 옛 시절의 감성을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게 버무려 로고플레이가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티셔츠, 스웨트 셔츠, 점퍼, 맨투맨 등을 내놓는다.

“패션 외 업무는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디스이즈네버댓은 모든 것을 인 하우스에서 작업합니다. 가령 음악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듀서 썸데프(Somdef)가 책임지는 식이죠. 매 시즌마다 공개되는 3분 안팎의 ‘무비’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아직 계획은 따로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일관된 태도와 방식으로 10년 후까지 이어가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패션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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