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잇-랜싯위원회’ 환경식단
생태계 파괴로 새 지질시대 진입 현 식단은 種의 종말 가져올수도
식량부족·질병 문제 해결 하려면 채소·견과류 등 소비 두배늘리고 붉은고기·설탕 섭취 절반 줄여야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지질시대로 변화되는 큰 신호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일어났던 변화에 맞먹는 정도입니다” 영국 지질연구소의 수석 학자인 콜린 워터의 말이다.
지질학자들은 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현세’(現世ㆍholocene)가 멸종되고,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人類世ㆍanthropocene)가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류가 저지른 막대한 생태계 파괴로 인해 지구에서 여섯 번째 멸종이 일어나고 이후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한다는 설명이다. 이전 시대와 다른 지질학적 변화는 물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인류의 대비책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은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생물의 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개인과 기업은 물론 범 정부적 차원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활동은 기본이다. ▶관련기사 3·18면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은 우리의 작은 식탁에서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식단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볼수 있는 날이다.
최근 전 세계 17개국 과학자 37명은 그간의 연구들을 토대로 지구환경을 위한 식단을 발표했다. 스웨덴의 민간단체 ‘잇-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가 영양학과 농업, 환경 부문의 과학자 의견을 모아 완성한 ‘지구 건강식’이다. 이 식단의 또 다른 이름은 ‘인류세 식단’이다. ‘인류세’로 진입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식단이라는 의미다.
잇-랜싯위원회 과학자들은 “우리가 먹는 방식은 종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를 구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식단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식단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많은 문제의 해법을 담고 있다. 인류와 지구 건강을 함께 지킬수 있는 식단이다.
오는 2050년에는 약 100억명까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른 식량부족과 조기사망 등의 건강문제, 그리고 환경오염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이 식단을 표준으로 삼는다면 지구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암이나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성인 조기사망자를 매년 1000만명 줄일 수 있고, 식량위기도 감소된다고 설명한다.
‘인류세 식단’은 하루에 섭취하는 2500 칼로리를 어디서 얼만큼 먹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일과 채소는 각각 200g과 300g이상, 통곡물은 232g, 견과류 50g, 콩 75g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의 경우, 붉은 살코기는 일일 14g 이하로 섭취를 제한한다. 이 식단은 장수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지중해식이나 오키나와 식단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과일과 채소, 견과류는 현재보다 2배 이상 소비량을 늘리는 반면 붉은 고기나 정제 탄수화물, 설탕은 섭취량을 절반 가량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나라별로 줄이고 늘려야 하는 음식에도 차이가 난다. 북미의 경우 붉은 살코기는 현재보다 84% 줄여야 하며, 유럽은 77% 덜 먹어야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식단에 가까워진다.
‘인류세 식단’과 함께 강조된 것은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 ‘단위면적당 식량 생산의 증대’이다.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와 스톡홀름국제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소고기 110g을 얻기 위해서는 무려 약 1.8㎏의 곡물 사료가 필요하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도 심각하다. 과학자들의 지적처럼 동일 면적에서 보다 많은 식량의 생산과, 온실가스 감소, 그리고 인류 건강을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