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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항해 앞둔 SK E&S LNG船…美 셰일가스 ‘민간 직도입’ 시대 연다
- 셰일가스 LNG 직도입 위한 선박 2척 건조…“국내 민간기업 최초”
- ‘미국 가스전→터미널→운반→국내 터미널→발전소’ 밸류체인 완성
- “업계 불공정관행 피해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 

오는 26일 명명식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SK E&S의 LNG 1호선 ‘프리즘 어질리티’ [SK E&S 제공]

[헤럴드경제(울산)=이세진 기자] 축구장 두 개 크기인 길이 299미터, 깊이 60미터, 폭 48미터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조타실에 들어서 바라보니 선수 끝이 망망대해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는 26일 명명식에 이어 첫 항해를 떠나는 SK E&S의 LNG 1호선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다.

지난 17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정박된 이 배에서는 출항을 앞두고 막바지 도색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거대한 배 측면에 설치된 6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 갑판에 이르자 배 위에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한 번 출항에 5개월여간 항해하는 선원들을 위한 선실, 주방, 식당은 물론 해수를 끌어올려 즐길 수 있는 작은 풀장까지 마련돼 있었다.

갑판 아래로는 한 번에 7만5000톤의 LNG를 실을 수 있는 거대한 탱크가 설치됐다. 최대 시속 19.5노트(시속 36㎞)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이 배는 주 원료로 디젤이나 벙커C유 대신 운송 중 자연 기화되는 LNG를 사용하는 ‘LNG를 운반하는 LNG선’이다.

SK그룹이 주목하는 에너지원인 LNG의 개발ㆍ채굴부터 수송, 발전까지 전 밸류체인을 구축 중인 SK E&S는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에 LNG선 두척을 발주했다. 한 척당 20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들여 건조한 1ㆍ2호선은 SK E&S가 투자한 미국 셰일가스전과 터미널, 그리고 국내 터미널과 4곳의 LNG복합발전소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전망이다.

민간 기업이 LNG 직도입을 위해 직접 선박을 건조하고 운영하는 것은 SK E&S가 국내 최초다. 현재 한국 국적의 LNG선은 총 27척으로, 모두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를 운반하고 있다. 

시운전 중인 ‘프리즘 어질리티’ 호 [SK E&S 제공]

현장에서 만난 박형일 SK E&S LNG사업 부문장은 “현재까지 글로벌 LNG 시장에서는 중동, 동남아 국가 셀러들이 물량을 인도해주면서 수입선을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해 도착지 제한규정 등 불공정 관행이 많았다”면서 “LNG 구매자로서 도착지나 일정 등을 우리 사정에 맞게 조율하고 경제성을 높이는데 (자사 LNG선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년여간 글로벌 에너지기업에 임대돼 ‘워밍업’을 한 뒤, 이 LNG선이 향하는 곳은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Freeport) LNG 터미널이다. SK E&S는 이 터미널이 완공되는 2020년부터 2039년까지 매년 220만톤의 LNG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하는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그 동안은 호주 고르곤과 인도네시아 탕구 가스전 등에서 도입하던 수입선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셰일혁명’과 발맞춰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밸류체인의 ‘업스트림’부터 ‘미드스트림’에 해당하는 LNG를 직접 운송할 수 있는 운반선까지 마련하면서 전 밸류체인을 갖추게 됐다.

자체 LNG선 등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은 광양과 파주, 하남, 위례 등 4개 발전소에 연료로 쓰일 전망이다. 현재 연간 350만톤 가량을 연료로 사용하는 SK E&S는 LNG 조달 과정의 대부분을 밸류체인 내에서 해결이 가능해진다.

박형일 부문장은 “이번 LNG선 건조를 통해 SK E&S는 독자적으로 LNG를 운송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LNG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며 “경쟁력있는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로 도입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에도 일정 부분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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