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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 미래로 날다]KAI, 협력사와 편대 이뤄 비상…초일류 항공기업 꿈꾸다
태국·세네갈 수출항공기 조립 한창
에어버스 동체 생산라인 가동 분주

김조원 사장 “항공산업 시장 확대”
협력 강소기업 1000개 육성 포부

“KAI 협력사”만으로 기술력 인정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산실 자처


KAI 사천공장의 항공기동 작업장에서 T-50 훈련기의 조립이 이뤄지고 있다. [KAI 제공]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역사는 1999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IMF(외환위기) 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항공관련 3개 업체를 통합, 국내 유일의 항공기 개발ㆍ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를 창립한 해가 바로 이 때다.

이후 KAI는 T-50골든이글 생산과 수출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가 대열에 올려놓았고,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도 참여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항공우주업체로 등극했다.

최근 방문한 KAI 사천공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이끄는 ‘엔진’이자 330여개 항공우주관련 협력업체를 선도하는 ‘편대장’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KAI를 품고 있는 사천시는 국내 유일의 항공산업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갖가지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며 하늘을 갈랐다. 특히 이날 KAI 사천공장과 맞닿은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선 순수 국산훈련기인 KT-1이 굉음과 함께 쉴새없이 이륙하고 있었다.

이날 찾은 사천공장에서는 수십개 기체의 동체, 부품들이 생산ㆍ조립되고 있었다. 태국으로 수출되는 T-50TH를 비롯해 세네갈로 수출할 KT-1S의 최종 조립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에어버스의 A350항공기의 주익을 구성하는 ‘윙립’, A321항공기의 동체 일부, 보잉의 B737-800항공기의 수평ㆍ수직꼬리날개의 생산라인도 분주히 가동되고 있었다.

KAI가 미국 보잉사로부터 수주해 공급하는 AH-64E 아파치 헬기의 동체 모습(왼쪽), 한국형발사체 KSLV-Ⅱ 누리호 1단 추진체 탱크의 인증모델 제작 공정 모습. [KAI 제공]

이 중 눈길을 끈 것은 세계 최강 공격헬기로 불리는 AH-64E 아파치 헬기의 동체생산라인이었다. KAI는 2002년 미국 보잉사로부터 아파치 헬기 동체 세계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300번째 아파치 가디언의 동체는 한국 육군이 도입한 아파치 1호기로 납품되며 큰 의미를 갖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완성 항공기 제작업체인 KAI는 올해를 관련 산업 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김조원 KAI 사장은 올해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국가 항공우주산업을 20조원 규모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련 강소기업을 1000개까지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재 330여개인 협력업체의 수도 매년 확대될 방침으로 지난해에만 110개의 신규 협력사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KAI는 이같은 김 사장의 방침에 따라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부터 신규 발굴 등 항공산업 전반에 걸친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사천공장에서 기자와 만난 추민수 KAI 운영본부 상생계약팀장은 “지금까지 KAI가 추구했던 방향은 협력업체들의 덩치를 키우면 이를 바탕으로 소요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국내 항공산업의 파이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이젠 KAI가 앞장서 관련업체들을 발굴ㆍ육성하고 이들이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의 멤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이같은 방침의 일환으로 지난달 관련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항공산업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항공산업과 유사한 부문에서 개발경험이 있는 전국 수만개 중소업체 가운데, 기술ㆍ설비 등의 면에서 일정수준 자격이 되는 업체 65곳이 사천공장에 모인 자리였다.

이와 함께 KAI는 오는 5월 동반성장위원회, 경남도 등과 함께 항공관련 구매상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높은 진입장벽으로 중소업체들이 참여하기 힘들었던 항공산업의 큰 장을 여는 차원에서다.

KAI는 신규 업체의 항공산업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인큐베이팅의 일환으로 올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떨어지고, 긴급성을 요하지 않는 100여개 부품을 따로 빼내 신규 협력사 위주로 물량을 배분할 계획이다. KAI의 물량을 수주하게 되면 KAI가 갖고 있는 도면ㆍ자재관리 시스템 등도 함께 전수받게 된다. 이를 통해 신규진입업체가 항공사업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차원으로 KAI는 이를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추 팀장은 “현재 KAI가 주도하고 있는 항공산업을 협력업체들과 함께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민수항공 부품의 98%, 방산 역시 부품의 90% 이상을 외부에서 구매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KAI의 역할은 항공기 초기개발, 기술확보, 기술관리에 집중하고, 부품과 이후 과정은 협력업체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KAI가 무작정 협력업체 수를 늘리는데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한치의 오차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협력업체 선정과 관리는 치밀할 수 밖에 없다.

KAI의 협력업체 선정 과정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만큼 힘들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서류심사를 통한 경영ㆍ기술현황을 체크한 뒤 KAI 기술담당자들이 해당업체를 찾아 인력ㆍ장비ㆍ실적 등을 체크한다. 이후 KAI 품질요원들의 품질경영시스템 평가를 통과해야 협력사로 최종 등록되는데, 실질적인 제품 납품을 위해서는 추가로 보잉 등 고객사, 정부기관 등의 인증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만 수 개월이 걸리는 험난한 과정이다.

국가품질명장 자격을 보유한 지준우 국내구매실 부장은 “T-50의 경우 부품의 허용오차가 최대 1만분의 1인치로 정밀함을 요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기술력으로는 협력업체가 되기 힘들다”며 “KAI의 협력업체가 된다는 것은 국내 기계산업 전반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천=유재훈 기자/igiz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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