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들 “정치적 스파이 행위 없었다”
하원의장 “법 집행책임자 궤도 이탈…트럼프 장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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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수사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캠프에 대해 사실상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수사당국과 야당인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2016년 대선 운동 기간 FBI의 트럼프 캠프 인사 수사와 관련해 “스파이 활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치인에 대한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을 막는 오랜 규정이 있다면서 “정치 캠프에 대한 스파이 활동은 큰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의문은 사법 관리들이 적절한 법적 정당성을 갖고 있었냐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트럼프 캠프를 겨냥한 정보 활동의 진원지와 행위를 모두 살펴볼 예정이다. 상당 부분은 이미 조사됐고,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잭 리드 상원의원이 바 장관에게 “그 수사가 부적절했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추궁하자 바 장관은 “지금 바로 인용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법무부가 이전에 우리에게 밝혔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FBI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감시활동을 했다.
FBI는 영장 신청서에서 “페이지가 정보 요원들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며 “페이지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해 공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FBI가 권한을 남용해 부적절하게 감청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적절한 수사 활동’이라는 법무부 입장을 옹호한 제프 세션스 당시 장관을 지난해 11월 경질했다.
세션스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바 장관이 FBI 수사활동을 사실상 트럼프 후보 측에 대한 정치적 사찰로 규정하자 수사당국과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바 장관을 질타했다.
수사관들은 “정치적 스파이 활동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법 집행 최고 책임자가 어제와 오늘 궤도를 이탈했다”며 “바 장관은 미국의 법무장관이지, 트럼프의 법무장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보위 소속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은 “법 집행 당국과 정보 당국을 스파이와 연결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모든 곳에 붉은 깃발을 깔아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은 “바 장관의 발언은 정보당국의 직무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딥 스테이트’(deep state·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권력 집단) 음모론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P는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첨꾼”이라고 논평했다.
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