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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여권의 도 넘은 아전인수
지난 재보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말들을 보면서 ‘정신 승리’라는 단어가 자꾸 생각났다. 실제론 패배했는데, 그래도 이겼다고 우길 때 등장하는 이 단어가 자꾸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범여권은 분명히 1석을 챙겼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는 선거에서 졌다고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생각해보면 범여권은 분명 패했다.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창원성산에서 가까스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변의 원인은 높은 투표율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높은 투표율은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높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분노투표’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작 여권은 이런 민심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선거 이후에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분명 여권의 생각은 달라져야 정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로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전주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9%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들만 남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문 후보는 41.08%의 득표를 했는데, 이 득표율과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다고 해서 나온 말들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나 분석은 잘못됐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득표한 41.08%란 투표율 77.2% 중에서 문 후보가 득표한 비율을 의미하는 것인 반면, 여론조사는 특정 투표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번 대선 결과와 여론조사를 비교하려면, 지난 대선 당시 전체 유권자 대비 문 후보가 득표한 비율을 생각해야 맞다. 당시 문 후보는 전체 유권자 대비 31.6%를 득표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 하락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하기 시작하면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물론 아직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30%대로 지지율이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이 바로 경제 정책의 실패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부정 평가의 이유를 보면(489명ㆍ자유응답),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38%), 북한 관계 치중ㆍ친북 성향(14%), 일자리 문제ㆍ고용 부족(6%), 인사 문제(5%), 독단적ㆍ일방적ㆍ편파적 및 최저임금 인상(이상 3%) 등이었다. 부정 평가의 이유 중 경제 관련 문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47%에 달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함을 시사한다. 경제는 망가뜨리기는 쉬워도 회복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문재인 정권이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제상황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고, 지난 2월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민간소비증가율이 GDP증가율을 넘어섰다. 소득주도성장 덕분”이라고 했다. 이쯤되면 정부 여당 관계자들은 도대체 어떤 통계를 보고받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도 ‘국민의 승리’라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를 했던 여권의 아전인수가 도를 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을 인정하고 좀더 겸손해질 수는 없는걸까.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관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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