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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김학재 주 볼리비아 대사]불굴의 볼리비아인
‘불굴의 볼리비아인’이라고 글의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다. ‘불굴의 한국인’이라는, 과거 우리를 지칭했던 트레이드 마크처럼 불렸던 용어가 기억나서다. 그리고 볼리비아 사람들도 우리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한국인이라 하면,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모두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해 내는 모습을 가리킨다. 실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물론 볼리비아 사람들이 이와 똑같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 볼리비아에 와서 이 말이 뇌리에 저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높은 산비탈 기슭에 길 조차 내기도 힘든 곳에 수없이 빼곡하게 층층이 많은 집들이 지어져 있는 것을 봤을때 그랬다.

스페인 쿠엥카의 유명한 아슬하게 매달려 있다고 하는 절벽의 집(Casas colgadas)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또는 비라도 많이 오면 붕괴 위험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발 3600미터 이상 되는 수도 라파스 시내 주변을 둘러싼 높은 산지. 그들은 조그만 평지만 있으면 계단을 쌓고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살고있다. 굳이 우리로 비유하자면 북한산이나 웬만한 높은 산의 기슭도 아닌 중턱 이상의 매우 높은 곳까지 어떻게 지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집들이 태연하게 들어서있는 것이다.


볼리비아 라파스에 도착하는 대부분 비행기는 밤늦은 새벽시간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하늘에서 본 라파스의 야경은 정말로 아름답다. 주황색 나트륨 등이 넓게 구름처럼 펼쳐져 있는데 환상적이다. 그런데 나중에 낮이 돼 보니 이는 산마다 구석구석 지어진 집들을 끼고 굽이굽이 나있는 길들에 있는 가로등의 불빛이다.

낮에 본 라파스 전경은 실망보다는 오히려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길며, 9개 노선이 연결된 케이블카를 타면 라파스 산지 지형이 입체적으로 잘 보인다. 케이블카가 해발 4100미터 고지까지 위로 계속 올라가며 발밑에 보이는 집들과 건물들을 상공에서 잘 보여준다. 고도에 따라 층층이 올라가면서 구석구석을 활용해 산과 언덕을 뒤덮듯 복잡하게 얽혀있다. 필자 생각엔 만약 한국 사람에게 이러한 환경이 주어지면 산기슭을 자꾸 올라가며 터를 잡아 집을 짓기 보다는 아마 다른 지역을 먼저 찾아봤을 것 같다. 글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라파스 산지에 자리잡은 주택들을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보게 되면 ‘불굴의 볼리비아인’이라는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볼리비아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3000달러를 넘긴 발전도상국이지만, 지난 10여년간 중남미에선 보기 드물게 연평균 4~5%의 꾸준한 성장을 이루어 온 나라다. 많은 볼리비아 국민들이 K-팝(POP)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열광하며, 한국으로부터 발전경험을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남미 나라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손재주와 근면함, 그리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볼리비아는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이들에게 우리와 같은 불굴의 정신이 발현되기 시작하면 그 발전 속도는 감히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와 그만큼 협력 여지가 크다.

김학재 주 볼리비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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