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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재앙 이렇게 풀자…세 커플의 끝장토론] 프랑스, 육아보육에 GDP의 2.8% 집중투자...일본, 미취학 ‘대가아동 해소 가속화’ 추진
선진국의 저출산 해결 방안은


한국보다 대략 40~50년 먼저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던 유럽 주요국가들은 ‘보육과 양육은 국가책임’이라는 철학하에 저출산 문제에 대비했다. 입양을 장려하고 유치원을 국가가 운영했으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육아와 보육에 집중 투하했다. 융단 폭격 수준이다.

프랑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저출산 문제에 투입했다. 나라가 없어질 위기란 인식이 국민들 사이 퍼졌고, 관련 지출은 비용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인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출산 보육에 대한 재정지출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에 투하되는 비용은 GDP대비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6·25 때도 잘만 키웠다’는 오래된 인식으론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2017년 기준 2.07명)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보육시설에 투자액이 크다. 당연히 보육 서비스도 다양하다. 우선 어린이집에 다닐 연령대인 만 0~2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에선 집단어린이집(crches collectives)을 운영한다. 공립 시설 비중은 73.2%에 이른다. 사설 어린이집 수가 훨씬 많은 한국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유치원 시스템도 체계적이다. 만 3~5세는 프랑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의무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 교육받는다. 이외에도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만 6세이하 영유아를 맡길 수 있는 일시어린이집(haltes garderies), 집단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시간이 마친 뒤에도 아동들을 돌봐주는 시설인 놀이방(jardins d’enfans)도 있다.

스웨덴 역시 국가와 고용주 모두 법적 권리인 육아휴직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출산정책으로 인해 여성고용문제와 여성복지, 가족복지까지 해결하는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으로 저출산 과제를 극복하고 있다.

스웨덴은 재정투자도 많아 가족복지정책으로 인한 총 지출은 모든 사회보장제도로 인한 지출의 5.3%에 달하고, GDP의 3.5%를 차지한다. 어마어마한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국민들이 이를 용인하는 것은 출산과 육아, 교육의 문제가 가정 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보육시설 투자로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중이다. 일본은 지난 2013년부터 집에서 머무르는 미취학 아동을 보육시설로 끌어오는 ‘대가아동 해소 가속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했다. 대가아동 해소 가속화 계획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양육,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결혼단계부터 출산과 양육까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돈을 들여 출산과 양육 등을 지원하는데 ‘방향’이 틀렸다.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양육이 일상적으로 생활화돼야 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 정도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순혈주의가 강해서 내 뱃속으로 낳은 애만 내 자식으로 본다. 지금 버려지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70년대 초 서구처럼 버려지는 아이들을 안아야 한다. 또 결혼 안하고도 아이를 낳는 경우에 대해 사회적 보장이 필요하다. 결혼을 한 가족 내에서의 육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영태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서울 집중 현상을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방 분산이 필요하다. 대입경쟁부터 서울로만 오고 싶어하는데, 이게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경쟁하며 생존 싸움을 할 것”이라며 “사람은 생존이 가능해져야 재생산에 나서게 된다. 생존에 필요한 것이 부족해졌을 때엔 재생산보다는 생존을 택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김성우ㆍ정세희ㆍ성기윤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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