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 100주년인데…‘비양심’에 뒤덮인 애국심

-서울 곳곳 독립투사 흔적들 남았지만 -불법 주정차ㆍ쓰레기 무단투기에 몸살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서울 곳곳 독립투사의 흔적들이 불법 주정차ㆍ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승합차량들이 일대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상황은 참담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자리한 이회영ㆍ이시영 6형제 집터를 찾았다.

독립운동가 이회영(1867~1932) 선생과 형제들은 서간도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 지도자를 양성했다. 이회영 선생은 1932년 일본군 사령관 사살을 계획하다가 체포돼 고문으로 순국했고 이시영 선생은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에 재임한 후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역임했다.

명동성당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작은 터에 자리잡은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불법주차된 승합차에 가려져 있어 한번에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더 가까이 가보니 올해가 3ㆍ1운동 100주년이라 그런지 흉상과 표지석 주변에는 태극기와 꽃다발들이 있었다.

3ㆍ1운동 100주년인데…‘비양심’에 뒤덮인 애국심

이회영 선생 흉상 바로 앞에 떡하니 서있는 승합차가 눈에 띄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외국인 관광객 승합차였다. 주변에 있던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가끔 이 길을 지나다니는데 매번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이 불법주차 되어 있다”며 “올해는 특히 3ㆍ1운동 100주년인데 독립운동가의 집터라면 이렇게 소홀히 관리해서는 안되는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곳 말고도 명동에는 친일파 이완용의 암살을 시도한 독립운동가 이재명(1886~1910) 의사의 의거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1892~1926) 열사 의거지 등 곳곳에 항일운동 유적지가 있지만 대부분이 방치된 상태다.

같은 날 찾은 서울역 광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역 광장 한폭판에 왈우(曰愚) 강우규 의사의 동상이 있다. 일제 신임총독에게 폭탄을 투척한 독립운동가인 강우규 의사는 의거 100주년을 맞아 3월의 호국인물로 선정됐다.

동상 주변에는 몇몇의 노숙인들이 자고 있었고 광장 한쪽에는 일부 노숙인들이 술판을 벌였다. 동상 옆을 지나던 시민 한명은 “동상 주변에 쓰레기만 날리는 노숙인 천국이 되고 있다”며 “강우규 의사도 하늘에서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강해 악취나 주변에 담배꽁초들이 안보인다”며 “평소에는 동상 주변을 걷다보면 냄새와 쓰레기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당국도 관리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내 역사문화자원 관리를 위해 자치구 등과 협력해 점검을 하고는 있지만 매일 그곳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며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