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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미국과 무역협상을 19세기 불평등조약으로 인식”
NYT “굴욕의 역사가 협상 발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19세기 불평등 조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서방에 굴복했던 역사가 오늘날 중국의 요구를 더 강화해 무역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19세기의 ‘굴욕(humiliation)’이 중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에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협상팀이 지난해 5월 중국 협상팀에 경제적 요구 목록을 제시했을 당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요구를 비난하며 “지금이 1840년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은 경제를 개방하는 데 단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불평한 것을 두고 “중국의 과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언급한 ‘과거’란 첫 번째 아편 전쟁 이후 서구 열강에 굴복해 19세기 ‘불평등 조약’을 맺은 것을 가리킨다. 중국 언론이 “굴욕의 세기”로 지칭하는 이 시기에 중국은 길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NYT는 이같은 역사가 1년 넘게 지속돼온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요된 기술 이전과 국영 기업의 보조금을 둘러싼 미국의 요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무역 합의를 파기할 경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이행 메커니즘’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가 가장 심하다.

이 문제는 28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과 막바지 협상을 재개할 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과거 약속을 어긴 적이 있기 때문에 합의 사항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이행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러한 조건이 불리한 것을 역사를 통해 경험했다고 역사학자들은 설명한다.

역사학자이자 ‘제국의 황혼: 아편 전쟁과 중국의 마지막 황금 시대의 종말’의 저자 스티브 플랫은 “중국의 모든 학생들과 교육 받은 사람들은 ‘굴욕의 세기’를 알고 있다”며 “중국에 더 유리한 세계 무역 질서에 대한 중국 내 욕구의 배경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19세기 역사에 대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무역에서 더 강하게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NYT는 “굴욕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 중국의 집단 정신에서 여전히 선명할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중국의 지위는 지난 150년 동안 크게 바뀌었다”면서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중국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언론은 이날도 미국에 대한 강경 어조를 나타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과 위험한 제로섬(zero-sum)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을 주요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미국은 전략적 미로에서 길을 잃고 있다”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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