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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외이사 의장’ 시대 연 SK그룹…최태원의 실험 주목
-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사외이사 선임…이사회 의장도 선임
- “회사 경영에 견제와 판단…형식뿐 아니라 실제 운영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할 것”

27일 오전 열린 SK㈜ 제28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동현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세진 기자/jinlee@]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SK그룹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의사결정 과정에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사외이사를 의장직에 선임해 독립성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최근 재계를 흔들고 있는 ‘공정경제’ 화두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여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과 주주 친화정책 등으로 구체화하는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27일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이사회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국내 대기업 지주사로서는 파격적으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게 하는 안이 논의된 바 있다.

이날 주주총회에 이어진 이사회에서 최 회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의장직을 맡게 됐다.

최 회장은 26일 개막한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차 출국해 이날 주총과 이사회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주총 의장을 맡은 장동현 SK㈜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기능이 회사와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 등 책임임원에 대한 견제와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형식뿐만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한 효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행보에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등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에 동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1일 정기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김종훈 사외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가 선임된 사례는 SK이노베이션 창사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전까지 이사회 의장에 사내이사인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위원회 위원장이 재임하며 대표이사와 의장의 분리는 이뤄진 상태였으며, 이번 사외이사의 의장 선임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SK네트웍스도 22일 이어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인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상임고문이 새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이사회 의장은 기타 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맡고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숙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의 신임 이사회 의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 출신으로, 최태원 회장과는 신일고와 고려대 동문이다.

국민연금은 SK㈜ 주총에 앞서 26일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염재호 전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도 염 전 총장의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으로 볼 때 염 전 총장은 최 회장과의 학연 등으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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