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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도 ‘재판 끌기 전략’?
임종헌 이어 ‘증거 부동의’ 전망
기록 17만여쪽…빠른재판 걸림돌
4개월 내 선고 못하면 석방 불가피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부당 개입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4개월여를 앞둔 구속 만기일 전에 선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만기일은 8월 10일까지다. 함께 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5월 13일이면 풀려난다. 1심에서 정하는 형사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정해져 있어 이 기간안에 선고가 나지 않으면 보석 조건으로 석방할 수밖에 없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25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수사기록 열람과 복사가 아직 덜 끝났다거나 공소사실을 명확히 하는 내용에 대한 의견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범죄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부분이 많다’며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해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지려면 몇 차례 준비기일이 더 열릴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기록을 그대로 증거로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이 A4용지로 17만여 쪽에 달해 20만여 쪽에 달하는 임 전 차장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출한 서면을 일일이 읽어보고 반박하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에서 설전을 벌이는 편이 방어권 행사에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 임 전 차장도 검찰 수사기록 등 서면 증거를 부동의하고 직접 증인을 법정에 세워 공방을 펼치기로 했다. 서면이 아닌 법정 증언 위주로 재판이 이뤄진다면 심리 기간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원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이야 검사 수십 명이 달려들어 6개월 넘게 기록을 썼지만, 재판받는 사람은 그 많은 양을 한 번 읽어보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모든 걸 법정에서 다투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로펌 출신의 한 변호사도 “보통 로펌에서 수사 및 재판기록 복사를 해오도록 직원 2명을 법원에 보낸다. 20만 페이지를 두 명이서 복사만 해도 1달 넘게 걸릴 것”이라며 “복사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은 나온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록 폭탄’을 그대로 받아준다면 변호사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장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록검토는 책 읽는게 아니라서 다 읽었어도 일일이 맞냐 틀리냐 변호사들끼리 모여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며 “이런 사건 하나 맡으면 5명 정도의 변호사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 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구속만기 때까지 선고가 나지 않아 석방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은 훨씬 수월한 입장에서 재판에 임하게 된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구치소에서 20만페이지를 연필로 메모하며 재판을 준비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컴퓨터를 이용한다면 훨씬 피고인 입장에서 수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은 6개월 내에 끝낼 수가 없다. 사법구조상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민경 기자/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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