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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진 때문에”…과외에 내몰리는 서울시 공무원들
승진의 필수조건 된 역량평가
“업무능력, 성적순 아니다” 불만
한 달에 300만원 과외도 고민
충남도 낙인효과 부작용에 폐지
“4·5급 평가, 교육이수제 전환을”


#서울시 과장(4급 서기관)A씨는 최근 역량 평가 교육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서울 강남의 공무원 승진 대상 학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서울시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과외를 받고 있다며 역량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선 과외를 받아야 한다는 것. A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과외를 받지 않으면 역량 평가를 통과할수 없겠다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1개월에 300만원이나 하는 과외를 받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5급 사무관인 B씨는 “정말 열심히 일해 승진이 보장되는 격무부서 주무팀장으로 왔는데 시의원 한마디에 없었던 역량평가가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7급으로 들어와 이자리에 오기 위해 간하고 쓸개를 빼고 오로지 일만 했었는데 갑자기 역량평가를 통과 해야만 승진 자격이 주어진다니 답답하다”며 “4월에 역량평가 교육을 받고 5월에 시험을 봐야 하는데 지금 일도 많아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하필 내 앞에서 역량 평가가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하다”고 했다.

#6급 주무관인 C씨는 소위 근무평정(일반회사 인사고과ㆍ이하 근평) 수(수 중에서 1번)를 받으며 하루 15시간씩 근무하며 부서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출근은 보통 오전 7시에 하고 퇴근은 자신 의지로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근평을 받는다는 멍애 때문에 국 전체의 일을 챙겨야하고 게다가 상사 시중도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지만 애들한테는 신경쓸 겨를 조차도 없다. 때문에 남편과 하루씩 최대한 일찍 귀가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서울시가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승진대상자에 오를수 있도록 승진 방법이 바뀌자 직원들이 업무외적인 스트레스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평가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에서 하고 있으며 작년 상반기까진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것에만 역량평가를 일부 적용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 방침이 4급에서 3급으로 역량통과가 의무화 됐다.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4급도 역량평가 교육이수에서 통과 해야하는 것으로 인사규칙이 바뀌었다는 보고를 받은 서울시의회 서윤기 운영위원장이 행정자치위위 소속의원으로 있던 지난 2015년 12월 22일 본회의 5분발언에서 은 “왜 4급과 6급 승진에는 역량 통과를 전제하면서 5급은 빼고 하냐”라는 질문에 서울시가 5급 사무관들의 현실은 살펴보지도 않은채 같이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소위 말하는 승진 부서가 있다. 이 부서는 대부분 중요한 부서이기도 하지만 업무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진하겠다는 의지로 이자리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번 역량평가 통과가 승진의 필수 조건이 되면서 소위 말하는 ‘승진예정자’들이 맨붕상태에 빠진것. 이들은 대부분 일할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공부할수 있느냐는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부서에서 여유있게 공부하는 것이 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6급은 역량평가 성적으로 50%, 승진심사를 통해 50%를 선발하기 때문에 큰문제가 없다. 역량평가 자격은 근평 수를4개(심사 승진 대상자는 수 6개) 받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1년 일찍 승진할수 있기때문에 역량강화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

문제는 4급 서기관들이다. 짧게는 10여년 많게는 20여년 근무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소위 실ㆍ국 주무과장을 맡고 있는데 짧은 테스트 하나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4급 역량평가는 과제를 주고 30~50분 정도의 시간에 읽고 요약정리해 발표 또는 토론해야 하는 순발력 테스트로써구두발표,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역할수행등 총 4개를 테스트 한다. 그러나 대부분 직원들은 3급, 4급 승진대상자들에 대한 역량은 대인관계 역량, 직원관리, 사고력, 판단력, 보고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으로 짧은 시간의 테스트로 진정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3급 국장은 “공부 잘한다고 일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이런 조치는 행복은 성적순을 강요하고 있는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장은 “나도 역량시험 떨어져 봤는데 직원들을 어떻게 통솔할지 암담했다”며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와 탈락으로 인한 낙인효과등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3급 국장은 “한살이라도 나이가 어린 고시출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며 “인사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고시출신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선 역량 평가 통과를 위해 많은 직원들이 과외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과외비는 한달에 4번 집중교육을 해주고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직원은 학원측에서 일단 교육을 받고 나중에 통과되면 성의 표시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게 더 무섭다고도 했다.

실제 역량평가를 통해 승진시키던 충청남도는 과외, 미통과시 낙인효과, 스트레스 등 부작용이 많자 내년부터 폐지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대부분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것에 대한 투트랙 방식은 그대로 하되 3급, 4급 승진대상자에 대해서는 업무 집중도 향상을 비롯 시간과 금전 낭비, 스트레스 요인 축소를 위해 역량평가제를 교육이수제로 전환하길 희망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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