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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조 규모 ‘식자재 유통’…식품업계 B2B 사업 키운다
-기업형 식자재 유통시장 14%에 불과
-미국선 외식업계 반조리 상품 납품 활발
-유통망 강화와 사업모델 안정 가속화
-‘미개척지’로 B2B 사업 성장 가능성↑


국내 식품업계가 B2B 시장에서 식자재 유통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교ㆍ병원 등 단체급식 및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한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아직 도입 성장기로, 사업모델의 안정화가 이뤄지면 기업형 식자재 유통의 비중 확대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23rf]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식품업계의 B2B(기업간 거래) 사업 확장에 ‘식자재 유통’이 중요한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국내 기업형 식자재 유통은 현재 도입 성장기에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형 식자재 유통이 약 60%에 달하는 미국에 비해 초기 수준이지만, 관련 기업들이 사업모델을 안정화하면서 식자재 유통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급식ㆍ외식업체 매입 기준 전체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는 약 3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기업형 식자재 유통시장은 약 5조 4026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14%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이 학교ㆍ병원 등 단체 급식시장과 외식 시장에 식자재 유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영세ㆍ중소 유통사업자들이 지역 기반의 시장을 형성해왔다면,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기준이나 인증 프로세스를 확보한 기업들이 보다 균질한 품질을 갖춘 식자재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사업은 기본적으로 거래 사업자나 매장에 원재료를 그대로 갖다 주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반면 사업이 고도화된 미국에서는 외식업체들이 가공된 식재료와 반조리 상품을 유통 기업으로부터 납품받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식자재 유통에서 나아가 차별화, 고급화된 반조리 형태의 식자재 시장이 커진 탓이다. 반조리 상품은 데우기만 하면 바로 시식이 가능하는 식의 조리 간편성을 높인 상품으로, 국내에서는 현재 단체 급식장이나 병원 등 대량의 조리가 필요한 곳에서 활용되는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52시간 근무가 보편화되며 외식업계에서도 인건비, 식자재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맞춤형으로 제작한 소스 등 완성형에 가까운 식자재 활용은 인건비와 조리 시간에서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고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식업계에서 반조리 식자재 유통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대상이 지난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대상베스트코를 흡수 합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상은 당시 “변화하는 국내 식품 외식 시장에서 맞춤형 솔루션 중심의 외식시장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곧 음식 조리 시간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외식매장의 솔루션이 될만한 소스나 재료를 제공하는 식자재 유통을 말한다. 다만 아직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의 화두는 ‘산업화’로, 안전 관리 기준을 정비하고 규모 있는 수익 모델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으로 꼽힌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 관계자는 “식자재 시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일반 소비자들도 식당에 유통되는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이젠 이를 분업화, 시스템화한 기업형 유통모델이 만들어져 나가는 시기로 보다 선진화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모델의 안정화가 이뤄지면 향후 기업형 유통시장의 비중 확대는 빠르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 기업화된 중소ㆍ영세 유통업자들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안전관리와 인프라를 규모화한 기업형 유통은 사업 확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과 인천공항공사, S-OIL 등 전국 총 39개 점포의 단체급식 위탁운영을 계약하며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컨세션과 병원 등 유통 경로 다변화, 단체급식부문의 성장은 식자재 유통부문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매출 2조 8281억원, 영업이익 50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현대그린푸드는 쿠웨이트의 국영 정유회사 KNPC가 진행하는 ‘알주르 신정유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단체급식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올린 한편, 스마트푸드센터 구축을 통해 식품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그룹사 기반의 식품제조사업을 확대하며 유통과 제조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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