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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문없는 ‘벌집 고시원’ 사라진다
-서울시 ‘고시원 주거기준’ 첫 수립
-방 면적 7㎡ 이상은 창 의무 설치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예산 증액
-고시원 ‘서울형 주택바우처’ 확대

서울형 고시원 기준 마련.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현재 서울 도심의 고시원들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고시생의 공부방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상징적 주거지로 불리고 있다. 주로 창문 하나 없는 1평 남짓한 방들이 폭 1m가 채 안 되는 복도를 중심으로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곳도 많다. 지난해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사고는 이런 노후 고시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울시는 고시원 거주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18일 발표했다.

특히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해 앞으로 시의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 즉시 적용한다.

우선 서울시가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세웠다. 방 실면적은 7㎡(화장실 포함시 10㎡) 이상으로 하고 각 방마다 창문(채광창)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이다. 국토부에 ‘다중생활시설(고시원) 건축기준’ 개정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대폭 확대한다. 시가 전액 지원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의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2.4배 증액해 총 15억원을 투입해 노후 고시원 약 70개소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시가 2012년 지원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올해부터는 간이 스프링클러뿐 아니라 외부 피난계단이나 비상사다리 같은 피난시설도 함께 설치해준다.

또 중앙정부와 협력해 고시원의 간이스프링클러 설치의무를 소급해 적용하고 소급적용 대상에 대한 설치비 지원근거를 함께 마련해 향후 2년 내 모든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절차를 마치고 국회 소관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고시원에 사는 사람도 ‘서울형 주택 바우처’ 대상에 포함돼 월세를 일부(1인 월 5만원)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는 ‘주택’ 거주자로 대상이 제한돼 있어서 고시원 거주자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약 1만 가구가 새롭게 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동주민센터와 서울시내 고시원 등을 통해 전방위 홍보도 진행한다. 구체적인 지원시기 및 지원방법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6월 이후 별도 공지예정이다.

고시원을 더 환경이 좋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시작한다. 시가 고시원 밀집지역 내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 등으로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같이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ㆍ휴식시설을 집적한 공유공간 ‘(가칭)고시원 리빙라운지’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시작한다.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시원 거주자들이 공간을 함께 쓰며 소통ㆍ교류하는 거점시설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노후 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1인 가구에게 시세 80%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활성화에도 나선다. 올해부터 시(SH공사)가 직접 매입하는 사업방식을 노후 고시원에 집중하고 열악한 주거의 상징인 노후 고시원의 사회주택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 한 해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공급에 총 72억원을 투입한다.

민간에서도 노후 고시원을 다중주택(공유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1인가구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

류훈 주택건축본부장은 “작년 국일고시원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이번 종합대책은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고 안전과 삶의 질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시 차원의 노력을 다하고 중앙정부와 적극 협의해 제도적인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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