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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자격증 따기 전문가’ 입니다”…‘자격증 공화국’
컴퓨터활용능력·한국사는 기본
취준생 자격증수 늘리려다 피해도


“컴퓨터활용능력이랑 한국사, 토익, 토스는 기본인 것 같아요”

취업 준비 중인 서모(29) 씨는 갖고 있는 자격증이 세 개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한국사 1급, 그리고 스페인어 자격증. 토익점수 940점인 그는 “공기업 채용은 블라인드다.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넣어야 한다. 자격증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취업이 안 되면 자격증을 더 따려고 생각 중이다.

서씨처럼 자격증에 매달리는 청년들은 부지기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18 국가기술자격통계연보’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는 2014년 23만2804명에서 2017년 27만483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20대 취업준비생인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이 발행하는 각종 자격증 수도 폭증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협회나 민간 업체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의 등록건수는 2012년 3378개에서 2018년 12월 기준 약 3만3000개로 늘었다. 6년간 온갖 이름의 민간자격증이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민간자격증 폭증은 국정감사 단골 소재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2013년 34개에서 2017년 170개로 6배 가량 늘어났다. 이는 등록제로 운영되는 민간자격증 운영 방식이 일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자격증을 발행하는 민간에선 자격증 발행으로 벌어들이는 짭짤한 돈벌이가 목적이다. 취업준비생 최모(30) 씨는 “자격증 취득 비용이 저렴한 걸 알아보고 있다”면서 “유튜브에 보니까 자격증 쉽게 따는 방법들이 많이 있더라.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거라도 봐볼까 싶다”고 말했다.

‘싸고 빠른’ 자격증을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상황을 악용해 ‘자격증 팔이’를 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바리스타와 요가지도사 등의 자격증은 온라인 수업을 들은 다음 간단한 시험만 보면 바로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로 온라인 강의만 듣고 시험만 쳐도 자격증을 준다.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액의 돈 뿐이다. 눈먼 자격증을 민간업자들이 발행하고, 이를 발판 삼아 취업을 하려는 젊은 꿈들의 거래가 자격증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쓸모 없는 자격증들이 넘쳐나면서 피해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민간자격증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572건이다. 이 가운데엔 국가공인자격인 줄 알고 민간자격에 대한 교육훈련을 신청했다 환불이 안 된다고 하거나 비용의 세부내역을 고지하지 않아 피해 구제를 청구한 사례 등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올해 1월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간자격 표준약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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