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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격증 공화국 ②] 질 낮아지는 자격증들…‘사’자 직업도 예외아니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2만5000명 달해
-‘온라인 영업’ 도는 변호사도 등장
-법무사ㆍ세무사ㆍ노무사 등 유관영역 침범


서초구에 위치한 한 변호사 사무실의 외관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자격증 시장이 포화되면서 한때 전문직으로 분류됐던 ‘사’자 직업군 시장에도 된서리가 내리고 있다. 원인은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시장에 변호사들이 넘쳐나면서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법무사 등 유사 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먹고살 만하지도 않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예비 법조인’도 있다.

지난 1월 변호사시험을 본 신모(32) 씨는 현재 한 법무법인의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최저시급 8350원을 받고 있다. 변호사 시험 최종 합격자 발표는 오는 5월이다. 시험을 치르고 합격 발표까지 걸리는 4개월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최저시급에도 불구하고 인턴으로라도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예비 법조인’ 자격만으로도 우대를 해주던 사회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자격증 공화국’의 일그러진 일면은 한때 최고의 출세길로 꼽혔던 변호사 직군마저 위협하고 있다. 자격증 소지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변호사 수는 지난 2019년 1월 말 현재 2만5880명이다. 지난 2015년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선 국내 변호사 수는 오는 2022년이면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들이 넘쳐나면서 변호사들의 직역은 교사, 기자, 펀드매니저 등 다양한 직군으로 흘러 넘치고 있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전통적 의미의 변호사보다 ‘부가 자격증’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 로스쿨 출신의 소형 로펌 변호사인 최모(31) 씨는 출근하자마자 로톡(변호사 매칭 애플리케이션), 블로그, 포털 지식검색,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연을 찾아 수임할 만한 사건들을 찾아헤맨다. 최씨는 “가만히 있으면 들어오는 사건이 없다. 워낙 치열하게 돌아가는 시장이 변호사업계다. 인터넷 검색으로라도 실적을 쌓아야 내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포화’는 법무사와 세무사, 노무사 등 유관 직종 종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건 수임이 어려워진 변호사들은 등기부터 소가가 낮은 사건 수임, 비소송 법률 업무도 맡고 있다. 변호사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자 법무사ㆍ세무사ㆍ노무사 등 유관 자격증 소지자들이 타격을 받는다. 변호사들은 ‘등기전문’ㆍ‘세무전문’ㆍ‘노무전문’이라고 명함에 표기한 뒤 세무사와 노무사 등 여타 전문직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한법무사협회 관계자는 “법무사는 송사 등에 대해서라는 업무 영역이 정해져 있는 반면, 변호사는 제한 영역이 없다”면서 “변호사들이 저렴한 수임료를 받으면서 법무사들이 담당하던 업무까지 도맡아 한다. 법무사와 변호사 간 불공정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생긴 국가자격증 탓에, 기존 자격증 소지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시험을 시행하는 손해사정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손해사정사는 신체ㆍ차량ㆍ재해 등 전 분야에서 보험 가입자의 손해를 파악하고 보험금을 산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손해평가사 시험이 추가로 시행됐다. 손해평가사는 농업에서 발생하는 재해만을 다루는 자격증이다. 이 때문에 기존 손해사정사가 새롭게 손해평가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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