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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역의 화려한 변신…텅 빈 역사가 ‘지하예술공원’으로
- 지하1층~지하5층, 6개 공공미술 작품ㆍ600개 식물화분 
- 녹사평역~용산기지 ‘녹사평산책’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국제지명공모작 ‘댄스 오브 라이트’.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깊이 35m의 대형 중정엔 벽면 전체에 얇은 메탈 커튼이 미끄러지듯 걸려있다. 한 가운데 천장에 있는 유리돔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메탈 커튼 결을 따라 시시각각 반사하며 역사 내부를 비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면 빛의 일렁임이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흡사 거대한 캔버스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1년여간 진행한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끝내고 14일 오전 10시 개장식과 함께 일반에 첫 공개했다. 지하2층에 있던 개찰구가 지하4층으로 내려갔고, 지하1~4층까지 역사 전체 공간은 ‘지하예술정원’이 됐다.

‘녹사평 여기...’. [서울시 제공]

2000년에 설치된 녹사평역은 당시 서울 시청의 용산 이전 계획에 따라 환승역까지 계획돼 대규모(지하5층, 연면적 6000㎡)로 지어졌다. 특히 지하4층, 35m 깊이까지 자연광이 내리쬐는 중정의 독특한 구조 덕에 개통 당시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쓰였다. 이후 시청 이전 계획이 무산되고 지하철 신규 도입이 백지화되면서, 유난히 큰 역사만 덩그러니 남았다.

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서, 텅 비고 차가운 교통시설을 자연과 예술이 숨쉬는 문화명소로 만든다는 취지에 따라 2017년 공모를 거쳐 녹사평역을 대상지로 삼았다. 용산 미군부지에 조성될 용산공원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이며 이태원과 해방촌, 경리단길을 연결하는 서울 핫플레이스의 중심지로 봤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이 곳에 ‘빛ㆍ숲ㆍ땅’을 주제 삼아 일본 작가와 국내 중견ㆍ신진 작가 7명의 공공 미술작품 6개를 설치하고, 지하 식물정원을 조성했다.

‘숲 갤러리’. [서울시 제공]

중정 공간의 수직 메탈 커튼은 국제지명공모를 통해 선정한 ‘댄스 오브 라이트(Dance of light)’다. 2012년 한일건축교류전에도 참가한 유리나루세, 준이노쿠마 나루세이노쿠마 건축설계사무소 공동대표의 작품이다.

대합실인 지하4층은 ‘숲’을 주제로 꾸몄다. 한 켠은 남산 소나무 숲에서 착안해 나무 기둥들을 쭉 이어 숲 길을 만든 ‘숲 갤러리’가 차지한다. 천장에는 139장의 알루미늄 와이어로 뜨개질 한 ‘녹사평 여기...’가 전시돼 있다. 벽에는 6ㆍ25 전쟁의 총탄 흔적이 남은 용산공원의 벽과 용산기지 담벼락 등을 탁본해 12개 화면에 담은 ‘담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인디밴드 혁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정진수 감독의 스크린 영상 ‘흐름’도 지하4층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5층 승강장에는 ‘깊이의 동굴-순간의 연대기’란 작품이 객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먼저 맞는다.

식물정원. [서울시 제공]

그 동안 텅 비어있던 지하4층 원형홀에는 600여개 식물이 자라는 ‘식물공원’이 조성됐다. 시민들이 식물과 자연광을 보며 짬을 내 쉬는 공간이다. 시민정원사가 상주하며 화분을 가꾸고, 실내 정원과 관련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밖에 갤러리(지하1층), 세미나실(지하4층)이 조성돼 전시나 강연, 교육 등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는 녹사평역부터 용산기지 주변지역을 도보로 걸으며 도시인문적 요소를 살펴보는 ‘녹사평산책’ 프로그램을 이 날부터 운영한다.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사전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달에는 매주 목요일에, 다음달부턴 매주 목ㆍ토요일에 진행한다.

서정협 시 문화본부장은 “녹사평역은 일상적인 공간인 지하철역을 시민들이 공공미술을 접하고 머물고 싶은 장소로 바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도”라며 “신진예술가와 청년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 예술로 가득한 새로운 장소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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