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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세금 쓰는 맛’이 불러온 ‘카드공제폐지’ 부작용
확실히 늘었다. 월급 명세서에 찍힌 세금, 그리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각종 원천징수 금액이…. 반대로 내 주머니에 실제 들어오는 돈은 2년 전이나 1년 전이나 올해나 비슷비슷하다. 월급이 올라도 나가는 돈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답답한 월급쟁이들 가슴에 불지르는 뉴스가 최근 또 다시 나왔다. 연말정산 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말이다. 내야 될 세금이 늘어난다는 소리다.

일단 민심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정부가 ‘그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번 문드러진 국민들의 마음 속 상처는 여전하다. “감면 구조가 기형적”이라거나 “점차적으로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사족이 여전히 붙어다니고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저항하는 국민들은 정권이 하사(?)하는 복지정책의 단맛을 모르는 무지몽매한 군중에 불과하다는 ‘교훈적’인 장치도 함께 깔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 기본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주성’의 첫 단추는 ‘늘어난 소득’이다.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해 경제 견인차 역할을 서민들이 대신하게 만든다는 논리적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첫 단추부터 다르게 흘러갔다. 가구 소득 증가는 사실상 없었다. 정부와 청와대가 ‘소주성’이란 이름 아래 단행한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는 일자리 감소로 상쇄됐다. 최하위 일부 계층에서 정부 보조금인 이전소득이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반도체 하나에 의지해 간신히 버틴 지난해 하반기 경제 성적표다. 그 사이 정부만 나홀로 호황이다. 지난해도 올해도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에 정부는 ‘일단 쓰고 보자’는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애당초 적당히 거뒀으면 될 세금을 더 걷고 ‘하사품’ 생색을 내며 신나게 쓰는 구태가 몇년 째 반복되는 모습이다. 결국 서민의 주머니를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주성’은 이제 작명한 사람들조차도 잘 부르지 않는 버림받은 이름이 됐다.

이번 신용카드 공제축소, 폐지 논란에 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내 주머니는 커지지않았는데 내야 할 돈만 늘어나는데 심기 불편하지 않은 이가 몇 되겠는가.

물론 이론적으로 지금의 소득공제 제도, 더 나아가 각종 세금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다만 정부 혼자 누리고 있는 세수 호황도 함께 수정해야 한다. 즉 각종 공제를 축소함과 동시에 세율 자체를 인하해 전체적인 세금 총량, 즉 정부 주머니를 동결한다면 서민들의 조세 저항도 훨씬 덜할 것이다. 항상 말하지만 정부가 돈을 거둬 다시 뿌리는 과정에는 ‘비용’이 함께한다. 즉 내 주머니에서 20원을 세금으로 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15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5원은 세금을 걷고, 관리하는 비용으로 사라진다. 결국 나는 5원의 경제적 가치를 잃어버린 셈이다.

혹시라도 반문할 수 있다. 똑똑한 정부가, 청와대가, 정치인들이 시장의 비효율,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 그리 못마땅하냐고 말이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똑똑하게 움직인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한 전직 ’경포대‘ 대통령의 넋두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는 그걸 알아야 할 것이다. 

최정호 정치섹션 국회팀장 choi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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