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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동 불편없이 광주 향한 전두환…연희동 자택앞은 ‘혼란’
굳은 표정으로 승용차 탑승
보수단체들 자택앞서 집회
“왜 대통령 광주까지 가냐” 불만

11일 오전 8시32분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연희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씨는 검은색 정장에 노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그는 주위의 부축 없이 혼자서 차량에 탑승했다. 건재한 모습이었다. 다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전씨는 아무런 말 없이 광주행 승용차에 올랐다.

이날 전씨의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자택 일대는 경찰 통제라인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6개 중대 35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위급상황 발생시를 대비해 앰뷸런스 2대도 현장에서 대기했다.

전 씨 자택 인근에 50여명의 자유연대ㆍ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군복을 입은 중년 남성과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든 중년ㆍ노년,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촬영을 하는 중년들도 현장에서 집회를 벌였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전 전 대통령이 광주까지 재판을 받으러 가는 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 박창준(89) 씨는 “재판 대상자가 서울에 있는데, 광주까지 와서 재판을 받으라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현 정권이 재판 문제에 있어선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의 승합차 확성기에서도 “광주로 대통령을 데려가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는 문구가 거듭 흘러나왔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전 씨가 모습을 드러낸 뒤에는 “대통령님 광주로 가시지 마요. 광주에서의 재판은 인민 재판”이라고 소리쳤다. 한 회원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승용차를 가로막았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현장을 지나던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시민들은 집앞에서 벌어진 집회에 눈살을 찌푸리는가 하면, 전 씨를 비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희동 주민 이현지(27) 씨는 “전두환 씨 이슈만 있으면 동네가 떠나갈 듯이 시끄러워 진다”면서 “어제 뉴스를 통해 전 씨 이야기를 접하고, 가족들이 다같이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아이와 손을 잡고 현장을 지나가던 장모(46) 씨는 “죄가 없으면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면 된다. 전 씨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이번 출석을 수차례 미룬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전 씨가 재판에 서는 것은 1979년 ‘1212사태’와 1980년 ‘5ㆍ17 계엄 확대 및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1996년 이후 23년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을 통해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중앙지법 형사 8단독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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