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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 미증유의 저출산 쇼크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최초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마카오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작년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도 35만7800명보다 8.6%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미증유의 저출산 쇼크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명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계속 떨어졌다. OECD 평균 1.68명 미국 1.77명 프랑스 1.88명은 말할 것도 없고 1.4명대 일본, 1.6명대 중국과 비교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가 계속되면 2022년 출생아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당겨질 확률이 높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8년부터는 총인구수 자체가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재앙이 현실화되면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저성장의 터널이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저출산 한국은 집단자살 사회”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126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80%가 보육과 양육에 편중되었다.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도 적지 않다. 엄청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가성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앞으로 재정을 대폭 투입해도 출산율을 대폭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파른 출산율 하락을 막아 인구 재앙을 피하는데 역점을 두는 실용적 대책이 필요하다.

결혼과 고용 창출에 저출산 대책의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지난 12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정책 로드맵’은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담았지만 인프라 확충보다 지나치게 현금지원 확대에 역점을 두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은 2명을 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혼여성이 미혼여성보다 출산 의향이 높게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출산친화적 정책 못지않게 결혼친화적 정책 추진이 시급한 이유다.

여성친화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출산장려금 같은 현금 인센티브보다 출산친화적 인프라 구축이 더 효과적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185만명에 달한다. 경력단절 여성 비율이 20% 전후에 달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37.5%), 임신·출산(26.8%), 육아(17.9%) 순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실현되면 기혼여성의 고용률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준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고용률이 70%를 넘고 출산 후 직장복귀율이 60~70%에 달하는 것은 가정친화적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경우 소규모 업체 종사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작년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육아휴직제도 도입율은 34%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대기업(93%)의 36% 수준이다. 2016~18년 간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성의 결혼·출산 페널티는 여전하다. 남편의 육아휴직 비율도 2017년 13.4%로 늘었지만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여성의 직장복귀를 장려하는 흐름과 대조된다. 게이츠 재단은 6개월 유급 출산휴가와 2만달러 장려금을 지급한다. 넷플릭스는 1년을 허용한다. 실리콘벨리의 기술기업은 통상 4~6개월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이민정책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 토머스 길 UCCA 교수는 “출산장려책 보다 젊은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는 이민문호 개방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폐쇄적 이민정책으로 유명한 일본조차 생산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작년 출입국관리법을 고쳐 향후 5년간 34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일 방침이다.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개방적 이민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저출산 쇼크에 총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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