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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외면한 소송이자①] 지연이자 ‘연 15%’…승소해도 돈 늦게 받으면 유리?
-법무부, 지연이자 연 15%→12% 입법예고
-고리 지연이자 “재판 받을 권리 침해”지적
-높은 이자율 유지해야 “재판지연 막는 장치” 반론도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고 KDB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벌였던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8년 1월 소송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이 산업은행에 보증금 일부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울상이 됐다. 보증금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연이자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가운데 한화의 인수가 취소됐고, 한화가 납부한 이행보증금 3150억원에 대한 지난 9년간의 이자는 원액과 맞먹는 액수가 돼있었다.

민사소송에서 진 당사자가 원금에 붙여서 내야하는 ‘자연손해금 법정이율’(지연이자)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연 15%에서 연 12%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8일 “지난달 20일 지연이자를 하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연이자는 1심에서는 연리(年利) 5%로, 2심 때는 연리 15%로 붙는다.

법원 판결에 졌을 때 무는 지연이자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소송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지연이자가 소송 남발을 막기도 하지만 돈 때문에 상소를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패소자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막대한 이자를 물어야 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평균 연 2.45%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75%의 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처럼 2015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경제여건 등을 반영해 실질적인 소송촉진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법정이율 하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소속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여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지연손해금 산정에 필요한 법정금리를 정하도록 규정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현재 대출금리 최고 연체이자를 최고 11∼15%로 두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법정금리를 연 20%에서 연 15%로 하향조정했다.

고리의 지연이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측 대리인인 김기덕 변호사는 “지연이자 자체가 소송지연을 막고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높으면 높을 수록 지연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판결문을 빨리 이행하라는 취지에서 적용된 강제장치”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변제공탁’ 제도를 활용하면 지연이자 고리를 유지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돈이나 유가증권, 물품을 법원에 맡겨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송에 패소한 쪽이 채무자가 되는데, 일단 법원에 공탁을 하면 지연이자가 더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부담 때문에 상소를 포기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다.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불분명해야 공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연이자의 불합리한 구조를 완전히 보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연이자 외에 민사상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민법상 법정이율 연 5%도 너무 높아 시중은행 금리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법 제 379조는 민사법정이율을 연 5%로, 상법 제 54조는 상사 법정이율을 6%로 각각 정하고 있다. 이 이율은 민법이 제정된 1958년과 상법이 제정된 1962년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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