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원연기’ 전날 “정상 개원 하자” 말맞춘 회원들 -에듀파인 논란 때, 이미 한차례 한사협으로 회원 이탈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4일 개학연기 투쟁에 나섰지만 역풍만 맞게 됐다. 소속 회원들에게 ‘배신말라’며 동참을 강요했지만 지도부 눈치를 보다 막판에 방침을 뒤엎은 유치원들이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키로 결정하면서 법인 지위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코너에 몰린 한유총의 처지는 4일 오전 이미 예견됐다. 한유총이 집단 개원연기에 나선다고 밝힌 이날, 서울 도봉ㆍ노원구 지역 유치원은 정상 개원했다. 당초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원암유치원 역시 정상개학했다. 원암 유치원은 지난 3일까지만해도 교육청에 개원연기 입장을 밝혔던 곳이다. 한유총이 각 유치원에 문자를 보내 ‘개원연기’ 독려에 나섰으나 유치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한유총의 ‘개원연기’ 초강수는 무리수였다는 정황도 뒤늦게 곳곳에서 확인된다. 예컨대 서울 도봉ㆍ노원 지역 유치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역 유치원들은 교육부에는 개원을 연기한다고 밝혀놓은 채 유치원 원장들끼리는 정상개원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에게는 개원연기 동참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로는 개원을 정상적으로 할 준비를 했었다는 의미다.
일부 유치원은 개원은 정상적으로 하되 통원 차량 운행만 하지 않았다. 한유총의 개원연기 요청은 거부하되, 통원 차량만 운행치 않으면서 ‘동참 시늉’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도봉구의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이날 “주말에 통원 차량은 운행하지 않는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애초에 개원을 연기한다는 소식은 들은 적도 없다”며 “원래부터 정상등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개원연기를 선언했던 또다른 유치원의 한 통원차량 기사는 “4일엔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가 3일 저녁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다음날 출근해달라고 했다”며 “개학을 연기한다고 했다가 항의가 들어오니 아이들을 평소대로 태우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의 유치원도 전날 자체 돌봄서비스는 제공했다. 지난달 28일 개원연기 투쟁을 선언하면서 “돌봄도 제공하지 않겠다”던 이 이사장의 입장마저 철회한 것이다.
한유총을 탈퇴한 유치원도 등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아름유치원 학부모는 “아이 유치원이 한유총 소속이길래 지속적으로 항의했다”며 “이번 기회에 한유총을 탈퇴하게 돼 마음 놓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원미선 용인교육시민포럼대표는 “용인 지역 유치원 중 한유총 탈퇴 조짐을 보이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유총의 와해는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이 한유총을 탈퇴해 갈라져 나갈 때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 한유총은 당초 사립유치원 설립자를 위한 시설사용료 반영 등을 요구하며 에듀파인 참여를 거부했다. 이같은 노선에 반발하며 에듀파인을 수용한 유치원들이 한사협으로 이탈했다.
학부모들 역시 5일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결정에 반색하고 있다. ‘보육대란’을 계기로 속속 만들어졌던 학부모들의 유치원별 오픈채팅방에서는 ‘이참에 허울뿐인 한유총을 아예 탈퇴하라고 요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