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환경법 개정안 53건 계류 ‘미세먼지=재난’ 규정안도 쿨쿨 정치권 해결 뒷전, 정쟁 도구로
올해 초부터 2개월 넘게 국회 공전이 이어지며 무수한 ‘미세먼지 대책 법안’도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황사ㆍ고농도 미세먼지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여야 간 네 탓 공방으로 애먼 국민만 마음을 졸이고 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만 모두 53건이다. 여야가 앞다퉈 안을 내놓았고, 대부분 미세먼지 저감이 목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가장 최근에는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미세먼지의 정의 규정 마련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 시 장소 선정에 대한 규정 마련 등을 골자로 안을 마련했다. 지난 1월에 발의한 후 소관위 접수만 마친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에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거지역과 가까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 강화를 중심으로 안을 올렸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린 배출가스 과다 발생 차량의 제재 강화 안이 가장 오래됐다. 2016년 6월 접수된 후 계류기간만 약 2년9개월이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될 만큼 생활상이 바뀌는 중이지만,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는 안도 동면 중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미세먼지를 재난 정의 규정에 두는 ‘재난ㆍ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세먼지도 이 법에 따른 안전관리 대상으로 해 국민 건강과 생명권을 지킨다는 목적이다. 지난해 9월 폭염, 한파가 더해진 후 자연재난이 17개 상황으로 많아진 가운데 이 안은 아직도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지난 2017년 3월 석탄화력발전소에 오염총량 관리제도 도입을 뼈대로 한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대기환경개선 특별법’(한정애 민주당 의원) ▷지난해 11월 보건용 마스크 구입액 15%의 종합소득산출세액 공제를 골자로 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신경민 민주당 의원) 등도 모두 계류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가 멈추면서 안을 다듬기 위한 논의조차 못한 게 많다”며 “지금은 어영부영 국회를 연다해도, 대기질 불안감이 높은 분위기라 졸속 입법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미세먼지 해결보다 이를 통한 정치공세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민주당이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을 과거 이명박정부 때의 디젤차량 공급전략 때문으로 규정하면, 한국당 등 야당이 현재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외교 전략 등이 주범이라고 맞받아치는 모양새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황사가 더해지는 올 봄부터 미세먼지가 더욱 정쟁 도구로만 쓰일까봐 염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