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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성북구 도로명판 ‘인촌로’, 역사 속으로
-인촌 김성수 친일행위 논란 불구 인촌로 지정 28년만에
-구청 직원ㆍ성북구민 한뜻…도로명 ‘고려대로’로 교체

[사진=성북구가 3ㆍ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친일잔재 도로명 ‘인촌로’의 마지막 도로명판을 ‘고려대로’로 교체했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친일파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의 이름을 딴 서울 성북구의 ‘인촌로’가 27일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이 날 마지막 남아있던 1626번째 ‘인촌로’ 도로명판을 내리고, ‘고려대로’로 교체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인촌로, 새 역사를 시작하는 고려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1991년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도로명을 지정한 지 28년만이다.

구는 지난해 12월 인촌로를 사용하는 주소 사용자 9118명 중 5302명(58%)으로부터 ‘도로명 변경 서면동의’를 받아 새 도로명을 고려대로로 확정했다.

이 도로는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폭 25m, 길이약 1.2㎞)이다. 연결도로를 포함해 27개의 도로명으로 사용 중이다.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다.

인촌 김성수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의 징병ㆍ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의 친일행위를 했다. 이에 정부는 훈장을 취소하고 생가와 동상 등 5곳의 현충시설을 해제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성북구는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된 자의 부적합한 도로명인 인촌로의 도로명 삭제를 요구한 주민, 고대총학생회,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연합 등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직권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광주 서구가 주민 665명 중 460명의 동의를 받아 ‘백일로’를 ‘학생독립로’로 변경한 사례가 있지만 인촌로의 고려대로 변경은 주민 9000여명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대도시에서의 흔치 않은 사례라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서면동의 과정에서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온 성북구 직원들의 열정도 눈길을 끌었다. 성북구 지적과 전 직원과 조사요원들은 인촌로 주소사용자 전 세대를 평균 5회 이상 방문해 도로명 변경 추진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이에 따른 불편과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주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의서를 수집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따뜻한 차 등을 내어주며 지역의 친일행적 지우기에 적극 동참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심우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그를 따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성북구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만큼 인촌로 도로명 변경은 성북구의 당연한 노력”이라며 “성북구 직원이 인촌로 주소사용자 9118명 주민을 일일이 만나 받은 동의서 명부 30여권과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만든 최후의 인촌로 도로명판은 오늘까지 이어진 성북구의 독립정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북구는 27일로써 인촌로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 1626개를 교체 완료하고 이에 대한 안내문도 발송을 마쳤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8일 완료를 목표로 세대별로 직접 방문해 이에 대한 설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공적장부 상의 도로명주소 전환 작업도 이미 마무리 단계에 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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