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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선두에서 치열한 고민…기업들의 고군분투
- 페트병 재활용 돕는 SKC ‘에코라벨’, ‘재활용 어려움’ 분류 위기
- 글로벌 트렌드 ‘RE100’ 국내 법령 없어 기업 참여 난망


SKC inc. 관계자(사진 왼쪽)가 AWA 국제열수축필름컨퍼런스에서 SKC 에코라벨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SKC 제공]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기업의 ‘친환경’ 행보에 대한 소비자와 일반 대중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전선에서 관련 사업을 개척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기술 개발부터 제품화, 판매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는 기업들은 관련 법령과 씨름하며 ‘최전선’을 넓히려 고군분투 중이다. 기업 혁신 활동에 걸맞는 법령과 규제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도 규제나 관련 법령 미비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적지않다.

친환경이 시대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제도 변화가 곧이어 따라오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반대로 오히려 앞선 제도를 역행하는 사례도 등장해 기업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C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프로모션에 나선 친환경 열수축필름 ‘에코라벨’은 환경부의 재활용 용이성 구분 변경에 대한 고시 예고로 제품의 재활용 용이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에코라벨은 페트병 소재인 PET와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물에 씻기는 잉크를 사용하기만 하면 페트병과 분리하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해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 필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재활용 대란’에서 페트병 라벨을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는 점이 알려지며 라벨의 ‘친환경성’에도 관심이 높아진 바 있다.

SKC의 에코라벨은 미국에서는 이미 플라스틱재활용업체협회(APR)로부터 높은 등급의 인증을 받고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사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가 현행 3단계의 재활용 기준을 ‘재활용 용이’와 ‘재활용 어려움’ 2단계로 간소화하는 내용의 ‘포장재 재질ㆍ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 고시를 예고하면서 에코라벨이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환경부가 물보다 무거운 비중을 가진 PET 소재 라벨에 대해서 ‘재활용 어려움’ 판정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재활용 어려움’에 속하는 라벨을 사용하는 음료제조사 등은 페트병 라벨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하고 분담금을 부담하게 돼 제조사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행정이라면 제품의 단계를 세분화해 기업들이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도록 유인을 줘야 하는데, 두 단계로 간소화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기준을 세분화하지 않아 혁신 제품이 상용화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정 제품에 대한 규제가 아닌 포괄성 입법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도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RE(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요원한 상태다. ‘포춘 글로벌 500’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RE100에 참여한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과 구매ㆍ판매가 발전사업자에게만 가능해, 발전사업을 직접 영위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증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린 전력증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당장 고객사들로부터 제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닥친 상황이다. 실제로 RE100에 참여 중인 BMW는 자사 전기차 ‘i3’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에 2021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100%로 맞추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런 지적에 경제계는 친환경ㆍ혁신 제품과 기업 활동을 활성화시킬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혁신 제품을 만들고도 국내 법에 가로막혀 주저앉도록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현대차가 수소차를 출시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바람이 불고 있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관련 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이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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